혹독한 가뭄이 끝나자 장마가 시작됐다. 물을 찾다가 다시 물 막을 방도를 찾아야하게 됐다. 예전에는 왕이 삼베옷을 입고 맨바닥에 꿇어앉아 하늘에 사죄하는 제사를 올렸지만, 왕도 기우제나 지내고 있지만은 않았다. 治山治水가 정치의 요체라고 생각하고 이를 최대의 국책사업으로 삼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라는 말은 치산치수에도 들어맞는 명언이다. 홍수때 가뭄대책을 세우고 가뭄때 홍수대책을 세울 정도로 미리 대비하면 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다. 가뭄때 물찾기에 허둥대고, 홍수때 수방대책을 세우고 하는 것은 한 발 늦은 뒷북치기다.
장마가 시작되면 가뭄을 잊고, 물이 금쪽 같다가 돌연 원수처럼 보이는데, 개구리는 올챙이 적을 잊어도 治水에 관한 한 그런 건망증은 하늘이 용납하지 않는다.
보도에 의하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생산한 수돗물이 아깝게 새어나가는데, 그 양이 선진국에 비해 많다는 것이다. 수도관이란 세월이 지나면 삭기 마련이고 이를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물이 헛되이 새기 마련이다. 이를 잘 알지만 수도관 교체에 자치단체들은 그리 힘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무엇을 새로 세우는 건설관련의 일에는 단체장들이 비교적 열심인데, 수돗물 새어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업적’과 ‘눈에 안보이는 행정’의 차이점 때문일 것이다. 수돗물에 벌건 녹물이 섞여나온다고 시민들이 아우성을 치면 ‘예산상의 이유’를 내세우다가 ‘부분적인 수도관 교체’를 하는 식이다.
장마철이 됐다 해서 물기근을 잊고 수도관 교체작업을 뒷전에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수돗물이 새나가는 것은 막대한 국민혈세가 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직 지난해의 태풍피해 제방의 복구가 완료되지 않은 곳이 많고, 도로공사 등으로 파헤쳐진 절개지의 안전도가 의심스러운 곳도 많다. 특히 포항시는 하천 복개공사를 잘못해 적은 비에도 시가지가 침수된다. 본격적인 장마가 오기전에 손볼 곳을 세심하게 단속해야 한다. 재난을 당하고 나서 허둥대는 후진국형 치수정책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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