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는 허술한 제방둑과 절개지가 걱정인데, 또 다른 한 가지 걱정은 장마를 틈타 공단지역과 축산단지에서 대량의 폐수가 흘러내리는 것이다. 법에 따라 처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드니 빗물 따라 폐수를 배출하는 것이다.
지난 18일 오전 장대비가 쏟아지자, 이 때를 기다렸다 하는 듯이 포항 철강공단 업체들이 유독성 오폐수를 형산강으로 방류했다는 보도다. 신형산교옆 강원수문 우수관로에서 순식간에 수천톤의 폐수가 쏟아져나왔다고 한다.
이 폐수는 검붉은 색을 띠었고, 솔벤트냄새가 코를 찔렀으며, 이런 유독성 공업폐수가 오랜 시간 형산강에 유입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포항시와 대구지방환경관리청 포항출장소에 신고했으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관은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환경행정을 믿지 않는 이유가 있다. 96년부터 ‘환경신문고’제도를 시행하고 환경훼손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고 하지만 그것이 모두 ‘무늬’뿐이고 생색용이었다. ‘업체 편에 선 환경행정’을 어찌 신뢰하겠는가.
18일의 철강공단 폐수방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계 시공무원은 나타나지도 않았고, 뒤늦게 나온 환경출장소 직원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다가 시민들이 강력히 항의하자 마지못해 폐수를 채취해갔다고 한다.
폐수를 분석하면 이 화학약품이 어떤 공장에서 나온 것인지 알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 분석결과도 의심하게 된다. 정확하게 분석했는지, 대충 ‘이상 없음’으로 결론짓지 않을 것인지, ‘어느 공장에서 나온 것인지 알수 없음’이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환경신문고’에 접수된 환경훼손행위에 대해 포상금을 받은 비율은 절반도 안된다고 한다. 폐수방류자의 신원 등 확실한 증거를 잡기가 일반시민으로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포상금도 기껏 2만원에서 10만원까지이다. 포상금은 적고 증거 잡기는 어렵고, 환경단체는 단속권력이 없고, 환경행정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니, 장마철을 맞아 시민들이 대거 나서서 공단지역 폐수 무단방류를 실력으로 지키는 방법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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