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보급율이 높아 짐에 따라 이제는 우리 생활에 상호작용적 의사소통의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된데는 언제든지 재빨리 그리고 편리하게 다양한 정보를 수집·확산시킬 수 있는 능력 탓도 있지만 의사소통의 ‘익명성’도 기폭제 구실을 했다.
사이버공간에서는 자신의 신분, 나이, 성별 등이 노출되지 않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말 못할 제약이 강하게 지속되어온 사회일수록 인터넷은 의사소통에 있어 중요한 탈출구 역할을 한다. 인터넷의 익명적 의사소통은 그 자체 고유 특징을 갖고 있기에 그런 가치를 적극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익명성의 장점을 역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문제다. 근거 없는 비방, 모욕, 온라인 사기, 무차별적인 광고성 메일, 그리고 가상환경에서 가능한 갖가지 범죄행위 등이다. 최근 그나마 사회적 가치와 규범이 지켜져야할 대학가마저 인터넷에 교수를 터무니 없이 비방하는 글들이 돌아다닌다.
교수가 참다 못해 날조된 내용을 유포한 사람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100만원 상금까지 내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익명적 의사소통의 오남용이 빚은 불행한 결과이다.
익명적 소통의 긍정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에 따른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익명적 의사소통이 가상공간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억울한 피해를 가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처벌 받거나 규제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규제는 또 다른 해악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익명성에서 기대되는 소통의 이득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자들 스스로가 가상공동체에서 책임의식 등의 내재적 가치와 규범을 세워 그것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스러운 방안의 하나이다.
특히 대학의 경우 자율성을 무엇보다 귀중히 여기는 가치인 점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대학은 그 어느 집단 보다 가상공동체에서 자율성의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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