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로에 수초가 우거져 있고 토사가 쌓여 있어 농민들의 원성이 높다. 지난 18일 내린 호우에 포항지역의 농경지 50㏊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초와 토사가 물흐름을 막은 결과다.
농수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장마철에는 농경지를 침수시키기도 하지만, 한발기에는 가뭄을 심화시키기는 이중적인 피해를 입힌다. 따라서 농수로 관리를 맡고 있는 농업기반공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가뭄에 이어 장마를 겪어면서 농업기반공사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국농조 대표는 “각 도 회원들을 상대로 알아 본 결과 농촌 들녘에 물을 대는 수로들이 꽉꽉 막혀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어느 한지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일부 언론은 “농업기반공사가 농업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이렇게 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농어촌진흥공사와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등 농업 관련 3대 단체가 2000년 1월 통합돼 탄생한 것이 농업기반공사다. 공기업으로 출발했으니 이제 ‘농기공’이 경영수익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물관리 인력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99년 3800명에서 2000년에는 1000명이 줄었다. 그러니 1인당 관리 면적은 126㏊에서 183㏊로 늘어났다. 일부지역은 세사람이 2500㏊를 맡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농업기반공사가 지부별로 영업손익, 생산성, 경영관리 효율성을 점검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수초를 제거하거나 준설하는 작업은 돈이 드는데, 일선지역은 손익계산을 먼저 생각해야 할 처지다. 사업비도 아껴야하고 인력도 부족하니 농수로 관리가 제대로 될리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익이 남기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 하니 말이다. 농민들은 수입농산물 등 외풍에다 농가 빚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데 농기공까지 가세하여 실망을 안겨서는 안 될 것이다. 수로관리 체제를 다시한번 점검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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