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기상이변은 기상대도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그 변화가 무쌍하다. 올 봄의 그 극심한 가뭄도 그러했다. 다행히 기상대의 예보 보다 일주일 먼저 비가 내려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겼지만, 이것은 매우 귀중한 교훈을 준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가뭄과 홍수는 어느 누구도 예단할 수 없으니 평소에 대비를 해놓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교훈을 이제 우리의 행정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어떤 재해가 닥치더라도 즉시 대처할 수 있다면 기상이 어떤 ‘심술’을 부리든 걱정이 없다.
올 봄 가뭄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은 영양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이었다. 그런데 그 지역에 가뭄대책비가 늑장 지원돼 피해가 늘었고 농민들은 애를 심히 태웠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늑장행정이 항상 문제다.
농림부는 양수기보내기 국민성금 100억원 중 경북지역에 2억8천만원을 배정했는데, 그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암반관정을 굴착하는데는 기간이 한달정도 걸리는데, 공사를 시작할 때는 이미 장맛비가 내리고 있거나 호우가 예보돼 있는 상황이었다. 소 잃은 다음에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다.
양수기 배정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았다. 비가 내리고 있을 때 양수기가 공급되기도 하고, 기름으로 가동하는 양수기와 전기로 가동하는 양수기가 구분돼 있는데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농지까지 전기선을 연결해야 하는 불편도 있었다. 농림부가 기종까지 획일적으로 지정해버린 탓이다.
경북북부지역은 지대가 높아 출력이 높은 양수기라야 물을 고지대까지 끌어올 수 있는데, 지원된 양수기가 상당수 5마력이내의 소형이어서 쓸모없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양수기 몇대 지원’이라는 실적에만 관심이 있고 지역의 실정에는 무관심했던 탓이다. 결국 지원하고도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도 평소에 미리 對備하는 시책을 펴야 한다. 언제 어떤 재난이 닥칠 지 모르므로 평소에 완벽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재해가 지나면 잊어버리는 ‘건망증행정’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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