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발간되는 전화번호부에 오류가 많아 이용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한국전화번호부는 한국통신의 자료를 받아 해마다 연례적으로 펴내고 있는데, 상당부분이 광고로 채워져 있다.
광고로 채워져 있다는 것은 이미 장삿속을 내보이는 일이고, 장삿속으로 안내책자를 만든다면 광고 따오는 일에만 열심이고 對고객 서비스면에서는 등한하기 쉽기 마련이다. 변동되는 전화번호를 치밀하게 빠짐없이 점검해서 수정하는 일보다는 광고수입 얻는 일에 더 치우치게 된다는 말이다.
경산시의 경우 수년전에 도산한 회사의 전화번호가 그대로 있고, 3년전에 없어진 언론사의 전화번호가 수정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6~7년전에 폐간된 신문사 지국 등의 전화번호가 버젓이 올라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 전화번호가 이러니 가게, 중소상가, 각종 사무실 전화번호야 더 말할 것도 없다.
IMF를 맞으면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했고 대기업들도 심한 변동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 전화번호는 수없이 변경되었을 것임에도 전화번호안내책자는 예전 그대로이다. 이것은 무사안일한 자세이며 직무해태라 할만한 것이다.
전화번호부는 무상으로 지급되는 것이어서 고객들의 불평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확한 전화번호를 알기 위해 ‘안내요금’을 내가면서 114를 부르는 2중부담을 지는 것이고, 이것은 결국 값비싼 휴대전화를 쓰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나라 휴대폰 보급률은 세계에서 상위권에 든다.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휴대폰을 들고다니는 실정이다. 통신료를 내기 위해 원조교제를 자청하는 예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회문제를 만드는 통신료부담은 심각한 수준인데 그 원인중의 하나가 ‘부실 전화번호부’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전화번호부 대구지점 관계자는 “전화번호 변경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변명한다지만, 사실은 확인·수정을 게을리한 탓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전화번호부가 신뢰를 잃으면 이용가치가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그 안내책자에 광고를 할 상공인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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