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의 지명은 그동안 많은 곡절을 겪어왔다. 조선시대에는 ‘달배곶’ 혹은 ‘호미곶’이었다. 울진출신의 풍수학자 남사고와 육당 최남선은 이 지역을 ‘호랑이꼬리’라 했다. 백두산은 호랑이의 코부분이고 이곳은 호랑이꼬리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모습이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를 향해 포호하는 호랑이의 현상이다. 두만강부분은 오른쪽 앞발에 해당하고 신의주부분은 왼발이며 전라남북도는 호랑이 뒷다리에 해당한다. 태백산맥은 호랑이의 등뼈이며 부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토함산에 이르는 산줄기는 꼬리부분인데 그 꼬리의 끝이 바로 대보면 虎尾곶이다.
그러나 호미곶이라는 명칭은 일제때부터 수난을 당했다. 일제는 한반도의 형상을 ‘호랑이’라 하지 않고 ‘토끼’라 했다. 함경남북도 지역은 토끼 귀에 해당하고, 호미곶은 호랑이꼬리가 아니라 ‘토끼꼬리’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지금도 호미곶을 토끼꼬리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무릇 地名은 그 지역민의 자존심에 관계된다. 호미곶은 바로 ‘한국인의 자존심’에 관계되는 곳인데, 일제는 이를 꺾기 위해 이름 자체를 바꾸고 ‘토끼꼬리’라 가르치며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어 한국인의 자존심을 壓殺하려 했던 것이다.
일제는 36년간 이 지역 공식명칭을 ‘장기갑’이라 했다. ‘장기’란 말갈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랑이꼬리’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한국인의 머리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다가 1995년 5월 ‘장기갑’을 ‘장기곶’으로 바꿨지만, 이것은 일본식 표현 岬을 한국식 문자 串으로 변경시킨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이곳을 꾸준히 ‘호미곶’이라 불러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공식명칭을 공식절차를 밟아 본래의 이름 ‘호미곶’으로 회복시킨 것이다.
호랑이는 꼬리힘으로 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호랑이꼬리부분은 명당으로 알려져왔다. 세계 각국에 호랑이가 있지만 그 중에서 한국호랑이가 가장 용맹스럽다고 했다. 일제때 조선총독부가 ‘조선호랑이 박멸’에 그처럼 광분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호미곶이 마침내 본래의 이름 ‘호랑이꼬리’를 되찾았다. 그것은 단순한 지명변경이 아니라 ‘한국의 자존심 회복’인 것이다. 壬午年을 맞으면서 그동안의 누적된 문제들을 ‘한국호랑이의 용맹’으로 타개해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