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시민단체인‘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가 대구시민의 마음을 수년째 열고 있다. 지난 95년 서구청 담장의 허물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76개소 전장 9.2km가 개방되었고 무려 13만2천여㎡가 이웃이‘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현대도시는 격리된 작은 공간의 집합체다. 그 속의 인간 역시 폐쇄된 공간을 배타적으로 점유하면서 일찍부터‘나’와‘너’,‘우리’와‘그들’이라는 도시특유의 병리적 정서를 학습한다. 이같은 이기주의적 도시현상은 우리라는 ‘열린 사회’와‘열린 인간’의 창조작업을 방해한다.
오늘날 도시사회가 안고 있는 고독, 소외, 범죄 등 온갖 부정적 사회현상은 한마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이 흐르지 못하기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들 역시 하나같이 서구의 도시적 병리현상을 고스란히 물려 받고 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것은 우리의 경우 각박한 도시생활 탓도 있지만 미국 등과 달리 인위적으로 소유공간을 갈라놓은 높은 담장이 도시민들의 정서황폐화에 커다란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담장허물기운동은 ‘가뭄 속의 단비’나 다름없다 하겠다.
담장허물기가 가져다 주는 유무형의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우선 도시공간을 몇겹씩 칸막이 짓고 있던 담장을 없앰으로써 도시공간이 정화되고 도심 자체가 공원화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당연히 도시민들의 정서순화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극단적 개인·집단·지역이기주의와 인명경시 등 도덕 불감증을 치료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금 시작에 불과한 이 운동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 운동이 체계적이고도 적극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마침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고, 전국의 각급 자치단체들도 20여차례 1천여명이나 현장을 다녀가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하니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담장허물기에 따른 치안공백의 불안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이웃이 가까워지고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이 증가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치안당국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담장허물기에 따른 공백을 메워주어야 할 것이다. 처음은 다소 어색하더라도 이같은 도시생활문화가 정착된다면 보다 풍요로운 도시공동체가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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