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제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가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10여년이나 해왔지만 항상 논란과 시비의 중심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행정사무감사제다.
물론 이 제도가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쌍두형 지방자치제도’자체가 안고 있는 태생적 문제이긴 하지만 최근 안동시에서 불거진 집행부와 의회와의 심각한 갈등현상을 보면서 더이상 덮어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상호관계에 대한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역할모형을 반드시 만들어야겠다. 무엇보다 우리 자치제도하에서 빚어지는 兩者간 갈등관계의 일반적 경향을 찾아내는 일이 우선이다.
안동시의 경우를 보면 집행부는 지방의회가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정 혹은 촉구건의형식으로 지적한 행정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2000년 사무감사때 시의회가 안동시의 주택보급율이 100%라는 이유를 들어 옥동지구 택지개발을 자제할 것을 건의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또 서현 양돈단지 분뇨관로매설비를 국·도비로 충당할 것을 촉구했지만 시비 등으로 공사비를 대체했다. 전자는 다분히 시장의 선심성 성격이 짙고 후자는 행정현실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엿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지방의회의 지적은 곧 민의 소리다. 때문에 지방정부가 지방의회의 지적을 흘려듣는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요 범죄행위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불이행에 대한 법적 제재조치의 강화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허위증언, 불출석, 증언 거부 등에 대해 고작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을 부과하고 있는 우리에 비해 일본은 6개월 이하의 금고형이나 5천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은 참고 삼을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반드시 법제도적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민선시대에 있어 지방정부의 행정생산성문제는 곧바로 자치단체장의 선거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다 정확하고 합리적인 지방의회의 행정감시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지방의회도 자신의 전문성 부족을 반성하고 공부해야 한다. 감사원감사, 도감사 등으로 집행부는 지쳐 있다. 거기다 현실성 없는 지적으로 불필요한 행정여력을 소진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행정 흐름에 대한 정확한 맥을 짚을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 강요나 불투명한 지적으로 행정의 방향을 왜곡시키거나 초점을 흐려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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