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자치단체들은 규모있는 자치행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두서가 없다. 이들을 보노라면 무엇부터 해야할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도, 자치행정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번지르르한 포장지에 실속없는 내용물’, 이것이 우리 자치단체들의 객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 몇몇 자치단체들이 보여주는 한심한 실상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경재, 노귀재 등 지형적 취약지역이 많은 청송군은 결빙파쇄장비는 커녕 고작 모래살포기가 부착된 8t덤프트럭 1대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제설 등 기상대책불비로 인한 교통사고 등으로 청송군이 입게될 유무형의 손실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안동시도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부실공사방지를 위한 동절기공사중지명령까지도 무시하고 영하의 날씨 속에서 버젓이 도로포장공사를 강행했다. 안전사고방지를 핑계삼지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결국 재공사를 해야 할 것같아 걱정이다.
포항시도 무엇이 중요한지 무신경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행자사고율이 47%나 돼 전국평균 30%를 훨씬 웃도는데도 교통안전시설비로 고작 7억원을 책정하는데 그쳤다. 포항시가 가진 ‘市勢’나‘발전비전’을 감안하더라도 좀더 투자되어야 옳다. 더우기 월드컵 등으로 많은 내외관광객들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교통안전을 위한 기반시설은 마땅히 확충돼야 한다.
지방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당연히 재정자립이다. 재정의 자립이 없고는 자치도 자율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때 우리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먹을 것이 없는‘소문난 잔치’만 잔뜩 벌여놓고 있는 것이 오늘날 자치단체들의 현실이다. 우리 자치단체들이 절대적 빈곤 속에 허덕이게 된 주된 원인은‘행정의 우선순위와 완급의 조절’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적재적소’,‘시의적절’한 행정의 구사야말로 반드시 지방정부들이 체득해야할 지방자치학이고 경제학이다.
경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경제는 무조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어진 여건을 정확히 아는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민자를 유치하고 생산을 하는 것만 경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예산낭비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감가상각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경제활동이다.‘불측의 손실’을 예방하는 것이 지방자치시대의 재정자립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관건임을 자치단체장들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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