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사스(급성 호흡기증후군)로 불리는 괴질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전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급기야 사스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광둥(廣東)성과 홍콩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WHO가 전염병 발생을 이유로 특정지역에 대한 여행자제 권고령을 내린 것은 유례없는 일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있음을 말해준다.

방역체계 철저히 점검해야
매일처럼 각국에서 신규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보건 당국이 방역대책에 부심하는 등 괴질과의 전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스는 홍콩과 중국에 이어 대부분 동남아국가로 전파돼 아직까지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립보건원 당국자는 사스의 상륙이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위험지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여행자들이 하루 3천여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스의 병원균은 정체도 확실하지 않지만 무엇보다 감염경로가 의문 투성이여서 감염을 막기 위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3일에는 대구에서 단순한 감기환자를 괴질로 의심해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기도 하는 등 국내에서 모두 14건의 사스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역학조사 결과 모두 사스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스의 공포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사스 공포의 여파는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항공, 여행업계 등 경제 분야에서 이미 피해가 표면화되고 있고 시민들은 작은 감기증상에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의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 없다.
정부는 다시 한번 방역체제를 점검하고 사스의 상륙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모든 국제공항에서의 검역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장된 불안심리 확산 경계를
WHO가 중국과 홍콩 여행자제령을 내린 것과 관련, 방역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 듯 철저한 대비가 최우선이다. WHO의 여행자제 권고에 이어 미국정부는 중국 주재 공관원과 가족들의 철수를 허용키로 했다.
미국 기업들도 사스의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홍콩 소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지사는 점심시간에 의사를 초빙해 사스 감염 징후나 예방 대책에 관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고, 골드만 삭스 홍콩지사도 전담의사를 고용하고 직원들이 감염 위험이 높은 대중교통 대신 택시를 이용하도록 택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중국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은 물론 많은 국내기업 주재원과 유학생들에 관한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괴질 파동은 실제보다 과장된 불안심리의 확산으로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사스 피해가 심한 홍콩에서는 최근 14살짜리 학생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괴질에 관한 거짓말을 퍼뜨려 시민들이 사재기 소동을 벌이는 등 난리법석을 벌인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근거 없는 소문과 엉뚱한 장난심리로 이웃을 불안케 하는 행동은 범죄나 다름없다. 방심을 해서도 안되지만 사스를 무조건 겁낼 필요는 없다.
환자를 조기에 발견, 집중적인 치료를 하면 인명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위험지역 방문과 환자 접촉을 피하고 손을 깨끗이 하는 등 개인위생 수칙 실천과 건강한 시민의식으로 괴질 공포를 물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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