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요동 땅에 돼지를 기르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기르는 검은 돼지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새끼 돼지의 머리가 흰색이었습니다. 그는 대단히 상서로운 징조라 여기고 이 흰색 돼지를 천자에게 바치면 큰 벼슬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새끼 돼지를 소중히 안고 길을 떠났습니다.
어느 곳에 이르러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배에서도 그는 새끼 돼지를 품에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이를 기이하게 여겨 사정을 물었습니다. 그는 이 귀한 돼지를 천자에게 바치고자 하는 뜻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함께 배를 타고 있던 사람들이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그는 영문을 몰랐습니다. 강을 건너자 배에서 내렸습니다. 강동 땅이었습니다. 그는 동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강동 땅 돼지들은 모두가 흰색이었습니다. 그는 비로소 배에 탓던 사람들이 웃었던 이유를 알고는 부끄러워서 돼지를 끌어안고 고향땅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렇듯 남이 보면 당연하거나 보편적인 일을 멋모르고 자랑하거나 기이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랑거리가 있어도 꾹 참아야 합니다. 화가 나는 일을 참아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보고 나서 이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웬만하면 말씀을 줄이십시오. 그리고 특별하지 않은 일에는 대통령이 나서지 마십시오. 화를 내시는 것도 참으십시오. 대통령께서는 100일 동안 너무 많은 말씀을 쏟아내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일에 나서려고 하십니다. 심지어 역정을 내시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쏟아내는 말들 가운데 필요 없는 말들이 너무 많습니다. “쏟은 정성이 배신으로 돌아온다”거나 “청와대가 감옥 같다”는 말씀도 그렇습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이 정권말기쯤에나 하는 말이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박대통령이 총에 맞고서도 “나는 괜찮아”라고 했습니다. 레이건 미국대통령은 괴한의 저격을 받은 뒤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부인과 보좌관들에게 “내가 몸을 피하는 것을 깜빡 잊었어”라고 능청(?)을 떨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슨 일에나 대통령께서 나서시 마십시요. 취임 바로 직후의 검사들과의 대화도 그렇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의 토론수준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언론문제도 그렇습니다. 특정신문을 겨냥한 대통령의 발언에는 지나친 대목이 많았습니다. 물론 대통령을 겨냥한 특정언론의 횡포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으셔야 합니다. 언론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형님의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기자회견도 그렇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대통령께서 나서는 게 국민들에게 보기 좋은 모습으로 비쳐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오히려 화근이 되고 있습니다. 말씀을 줄이시고 아무데나 나서지 마십시오.
겨울에 햇볕이 따뜻하고 여름에 그늘이 시원하면 백성들은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옵니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거듭 당부 드립니다. 5년뒤 성공한 대통령이 되십시요.
한 국 선<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