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제(薺)나라 사람 가운데 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하루는 아침 일찍 의관을 걸치고 시장에 가서 금을 파는 상점을 찾았다. 그리고는 무심히 주인이 보는 앞에서 진열장에 금덩이를 들고 나갔다. 물론 들켰다. 관리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는데도 남의 금덩이를 훔친 것은 웬일이요” 그가 대답했다. “금덩이를 가지고 싶었을 뿐 주인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금만 보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앞만 보면 뒤는 보이지 않고 땅만 보면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권세만 보면 권세만 보이고 세상의 질타는 보이지 않는다. 욕망에 눈이 어두운자는 잠시후의 패망을 모를 수밖에 없다. 이들 모두 인간과 역사를 어리석게 만드는 사람들로 기록된다.
최근 대구중구청이 인구 늘리기 운동을 벌이면서 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이고 있다. 오직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인구 늘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구가 10만이 되지 않을 경우 실·국을 폐지하는 등 기구를 축소해야 하는 우려 때문에 이처럼 발버둥을 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인구가 10만 미만 일 때는 다른 구청과 통합하게 되는 점도 주요 고려대상이라고 한다. 법적 문제도 외면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국민기초생활자 즉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무료 배포하는 영화관람권을 주민등록을 옮겨오는 아이들에게까지 나눠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등 알팎한 수법도 마다 않고 있다. 이는 주민등록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오직 인구 늘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이같은 중구청 행정이 끝내 엉뚱한 짓을 벌이고 말았다. 인구 늘리기에 공이 많은 구청 부서장이나 통·반장들에게 표창을 하고 상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점상들에게 주소 갖기를 권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국 노점상들은 이같은 공권력 앞에 반발도 못하고 상당수가 서문시장 내에 있는 협회 사무실로 주소를 옮겼다. 어느 상인은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행정당국이 시키는데로 할 수 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넋두리를 하고 있다. 사실상 이 문제를 둘러싸고 중구청은 U대회라는 국제행사를 앞두고 노점상을 전면 정비한다는 계획에 따라 규격화 정책을 제시하면서 상인들과 마찰을 빚자 이같은 묘수(?)를 부린 것이다. 오직 ‘인구 늘리기’라는 ‘금덩이’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건해산물 등 노점상 규격화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상인들의 반발에는 시장에 등록되지 않은 상점들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행정당국의 불법은 묵인되고 임의단체에 등록을 하지 않은 상인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마는 세상이다.
언론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기는 커녕 변명에만 급급하고 있다. 여름에 그늘이 시원하고 겨울에 햇볕이 따뜻하면 백성들은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온다. 이솝우화에 보면 해와 바람이 길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길 수 있는지를 겨뤄 결국 해가 이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관정요에도 숲이 깊으면 새가 깃들고 물이 넓으면 고기가 헤엄치며 인의가 쌓이면 만물이 스스로 거기에 귀의한다고 했다. 억지로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혜로운 행정이 요구되는 곳이 중구청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기자뿐만 아닌 것 같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