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집단과 개인을 불문하고 극단적 이기주의로 깊이 병들어 있다. 정치인 등 지도층은 지도층대로 기업과 노동자는 또 그들대로 자신들의 이익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벌인 게임대회 역시 기업이기주의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한달동안 대구지역 각급학교 학생들을 참여시켜 ‘학교별따기’라는 게임대회를 열고 여기서 우수한 성적을 낸 학급에게는 각종 상품과 함께 해외여행을 보내줄 예정이라고 하는데 게임대회 그 자체로도 사회적 지탄을 면키 어렵다.
대회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스포츠가방이나 레스토랑 단체식사권 등을 주는데 “그게 뭐 그리 대수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건강한 정신으로 바르게 성장해야할 학생들에게 사행심을 조장해줄 수 있는 등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 참여한 학교들에게도 책임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야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서 이벤트성 행사를 벌인다고 치더라도 학교까지 덩달아 맞장구쳤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학교의 극성이 얼마나 지나쳤던지 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효성여고의 2학년 모반은 반 전체가 대회 마지막날에는 자율학습 시간은 물론이고 자정까지 모든 것 다 제쳐두고 게임에만 몰두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그렇잖아도 청소년들의 게임중독때문에 우리 가정과 사회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물론 고의성은 없었다고 믿지만 기업이 게임대회를 열면서까지 게임을 부추긴데서야 말이나 되는가. 그것도 수업까지 뒷전으로 팽개치게 한 채 학생들을 게임에 빠지게 했다면 기업이나 학교 모두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들의 모습에서 “오로지 성적, 오로지 일류, 오로지 1등 아니면 안된다”는 비뚤어진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청소년들이 기성사회에 진입하기도 전에 사행심이나 이기적 경쟁같은 나쁜 습관을 몸에 익힌다면 큰일이다. 우리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도 극력 막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기업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기업홍보라는 단순시각으로만 행사를 만들게 아니라 청소년들의 현재와 미래, 그들에게 끼칠 영향까지 고려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한다. 학교들 역시 보다 책임감있고 신중하게 학생들을 교외행사에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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