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에 여념이 없는 지역기업들이 요즘 엉뚱한 일에 신경을 쓰야할 형편이라고 한다. 지역지자체들이 벌이고 있는 각종 행사에 대한 협찬요청이 그것인데 마치 빚독촉하듯 빗발치는 통에 이눈치 저눈치 살피느라 한바탕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간판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코는 경주문화엑스포와 대구U대회조직위로부터 협찬요청을 받고 경주엑스포측에는 입장권 구입비 2억원을 포함해서 총 5억원을, 대구U대회 역시 입장권 2억원을 포함 10억원을 협찬하기로 했고, 포항철강공단이나 INI스틸 포항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이미 조직위나 포항시 등으로부터 입장권구입 등의 요청을 받고 있다 한다.
또 삼성그룹같은 대기업들은 많게는 100억원대의 스폰서계약을 요구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동국제강 포항제강소는 경북도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경주문화엑스포 입장권 200만원어치를 구입할 계획이고 포항상공회의소 역시 기관단체 몫으로 수백장의 입장권 구매를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에서 기업을 하는 죄로 행정당국의 요청에 싫은 내색도 못하고 성의를 표시하고는 있지만 특히 지금같은 불황기에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공히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은 불문가지다. 지역행사에 대한 지역기업의 협찬은 지역과 기업이 상생한다는 차원에서 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고 자발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기업 일각에서 ‘기업협찬금은 준조세’라는 불만과 비아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솔직히 대구하계U대회나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지역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 그렇기 때문에 범지역적으로 나서서 심혈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수·관주도로 대회를 이끌어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실적으로도 그 어느때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기업들에게 어거지로 떠맡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자기 무작정 돈을 대주던 시대는 지났다. 어떤 행사든 창의성과 이를 바탕한 자체수입원이 있어야 성공한다. 기업의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행사가 성공할 리 만무하다.
이제 기업만 믿고 무조건 “일을 벌이고 보자”는 식의 타성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대구시나 경북도는 기업과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데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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