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범행으로 불특정다수에 대한 화풀이성 범죄일 뿐더러 뉘우침이나 죄의식은 물론 기본적인 양심마저 없다. 또 이같은 범죄를 영원히 추방하기 위해 극형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
23일 오전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내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지하철 방화 참사 결심공판에서 김형진 검사는 논고를 통해 비통하고도 결의에 찬 심정으로 김대한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어 검찰은 지하철 공사 피고인에 대한 논고를 계속하면서 “누구하나 적절하게 화재에 대처한 사람이 없었으며 따라서 피고인 모두에게 중형 구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방청석에 자리하고 있던 2.18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침묵속에 검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지하철 공사 소속 8명의 피고인에 대해 금고 5년씩을 구형하자 유가족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사망자만도 190명이 넘는데 어떻게 해서 5년이냐. 이 재판은 무효다”라고 주장하면서 욕설과 고성을 퍼부으며 울분을 토해냈다.
일부 유가족들은 수사를 다시 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하는 등 10여분간 소동이 계속됐다.
결심공판이 끝난 뒤에도 유가족들은 퇴정하는 피고인들에게 다가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교도관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내주 부장판사는 “유가족들의 항의와 소동이 계속되자 여러분의 심정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법에 따라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정시키기도 했다.
사실 희생자 가족들이 그동안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지하철 공사 피고인들의 구형량에 결고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의 최고형을 구형 한 것은 틀림없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경우 5년이하의 금고나 2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검사가 더 중한 형을 구형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게 법의 현실이다. ‘감정과 법의 한계’를 보여준 지하철 사고 결심공판이었다.
박무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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