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8일자 경북일보에 실린 영암학원 황대봉 이사장의 ‘송도해수욕장 옛모습으로 복원합시다’라는 긴급제안은 향토 원로의 향토발전을 위한 충정의 글로서 시민들에게 큰 깨달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평소 송도해수욕장 복원의 필연성을 생각해온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제안의 타당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포항시는 자손만대를 위한 송도해수욕장의 도시계획확정 강변도로 설치에 대한 후회없는 재심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송도해수욕장의 복원에 앞서 포항시가 강변 도로를 현 상가 건물 앞으로 내는 것이 타당치 못한 이유는, 첫째 본래의 백사장이 더욱 훼손되며, 둘째 앞으로 포스코와 포항시가 합심하여 송도해수욕장의 복원사업을 실행할 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영일만의 중심지이며 포항의 관광 1번지인 송도해수욕장을 우리 세대가 훼손하여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53만 포항시민의 직무유기가 아니겠는가.
포항은 예로부터 바다·강·산·평야 등의 절경이 어울어진 아름다운 천혜의 고장이다.
일찍이 조선조 유학의 거두 송시열은 영일 고장을 “집집마다 충효가 서린 군자의 고장이라” 일컬었다.
포항인은 역사 이래 이같은 우리 고장의 자연환경의 천혜성과 유구한 역사성을 모른채 오랜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몰각하고 있었다.
포항 천혜의 자연환경은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고장으로서 신라의 국가 해맞이 행사가 오늘에 계승 발전되어 21세기 한민족 해맞이 축전 행사장이 된 호미곶과 한국 제1의 영일만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의 절경, 각 고을의 명산, 그리고 시내 두호동에서 동해면 도구동에 이르는 30여리의 백사장 어링불(魚龍沙)등을 우선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필자는 포항 명승지의 꽃으로 주저없이 포항 관광의 심장부였던 어링불의 송도해수욕장을 꼽는다.
송도는 일제 강점기에 향도(向島)라는 이름으로 마을이 개척되었다.
1931년 포항이 읍으로 승격될 때 기념으로 송도해수욕장을 개장하여 전국에 명성을 날리기 시작 했다. 이는 명사십리에 어울어진 소나무숲의 조성 덕분이었다. 송도 송림조성의 제1공로자는 한국인이 아닌 당시 포항 농업계의 대표적인 일인 오우찌지로(大內治郞)로서 그는 1911년 백사장의 불모지 53여 정보에 20년 가까이 소나무 식재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울창한 송림숲을 이룩하는데 성공했다.
이 송림은 이후 포항의 방품림이 됨으로써 포항의 생명선이 되었다.
송도는 1931년 4월 해수욕장 개장 이후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북한 제1의 명사십리 원산해수욕장과 남한 제1의 해수욕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훌륭한 자연 조건은 영일만이 맑고 고요하며, 해수의 온도가 적당하고, 은빛의 가는 모래가 고르고 고우며 찰기가 없다.
모래 사장의 폭도 70m이상에 간만의 차이를 느끼수 없고 물밑 모래바닥의 경사가 완만해 멀리까지 얕아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전국 제1의 여름 휴양지로 알려지면서 포항의 경제 발전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1950~60년대 포항 인구가 5~8만일 때 여름 성수기에는 대구·서울을 중심으로 하루 5만명 정도가 송도해수욕장을 다녀가곤 했다.
그후 1968년 4월 영일만 내에 포스코가 건립되어 근대화의 영일만 기적을 이루면서 송도백사장 훼손등 자연의 옛모습과 함께 그 아름다운 휴양지의 모습을 점차 잃고 말았다.
반면 포스코는 설비1기가 준공된 1973년 103만톤에 불과하던 연간 조강생산량이 2005년 3000만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다. 게다가 작년 매출이 11조원으로서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실로 가슴 벅찬 일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포항시의 재정자립도 확충, 지역상공업계의 발전, 포항공대를 비롯한 각종 학교·연구소·문화시설의 설립등으로 교육·과학·문화수준의 향상, 지역민과의 보다 발전적 화합을 위한 노력과 지원 등을 꾸준히 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포항시민들의 포철을 위한 화합적 노력과 희생, 즉 포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천혜의 자연 휴양지 어링불 30리의 훼손, 영일만의 황금어장 훼손과 어민들의 생래적 어업포기 등 갖가지 피해와 고통의 불이익에 대한 인내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인 지원으로 상쇄될 수 없는 희생들이기 때문이다.
송도해수욕장은 오늘날 포항시민의 것만이 아닌 조상 대대로 지켜온 세계적인 천혜의 명승지로서 후대에 첨단과학문화관광도시 포항의 꽃으로 가꾸며 지켜나가야 하는 역사적 소명의 장소이다.
포항시는 경제적 풍요와 함께 인간중심의 친환경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루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그 4대축의 하나로 문화관광도시를 조성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송도해수욕장 없이 영일만의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없고, 포항의 관광을 뽐낼 수 없으며, 세계적인 미항을 만들 수 없는 만큼 송도백사장 복원은 필연적인 과제다.
이제 포스코는 포항시의 자랑스러운 시민 가족으로서, 세계적 기업으로서 내일의 포항의 첨단과학문화관광도시 건설, 즉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위해 화합과 개척의 횃불을 높이 들고 포항시민을 이끌어가야 한다.
포스코는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시민의 건강한 삶과 훌륭한 기업정신을 책임지는 자세로 송도백사장 유실문제에 대한 송도 주민과의 보상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를 바란다.
장기적으로는 포항시와 함께 숙원 사업의 아젠다로서 송도해수욕장의 원상회복과 보존을 설정해 포항시와 시민에 대한 가식없는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와함께 포항시 당국과 시의회를 비롯한 각종 사회단체와 시민들은 포스코와 함께 포항의 숙원사업으로 조상이 물려준 천혜의 송도해수욕장을 복원하여 우리 고장을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가꾸어 가는데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배 용 일 <포항 1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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