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해동안 피땀흘린 결과를 놓고 이런생각 저런생각을 많이하게 됩니다.
올해는 얼마만큼의 수확을 얻었나, 그것으로 어떤 일부터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다가 혼인해야 할 자식과 학업을 계속해야 할 자식들부터 걱정하는 부모들, 그리고 오늘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보다는 또 다시 내일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장된 준비를 해야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흔히 우리나라를 오곡백과 풍성한 금수강산이라는 표현을 통해 넉넉함과 자연미가 넘치는 곳으로 말하고 있지만 그 오곡백과라는 것이 보통의 땀과 정성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결실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특히 올해는 국민들이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으로 침체기였으며 거기다가 자연재해로 인하여 전국 곳곳이 폐허로 변한곳이 많아 아무리 피땀으로 농사를 지었더라도 한 알의 곡식도 제대로 건지기 어려운 곳도 많습니다.
남은 낱알을 눈물로 거두며 시름에 젖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여느 때보다 깊게 패여진 농부들의 주름과 검게 그을린 피부색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어떠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 실업자들을 만날 때마다 고통에 찬 삶의 현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러한 때에 수행자로서,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어려움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설법은 무엇일까.
사실 누구나 고통을 갖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보면 누구의 탓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세상에는 베풀어야 합니다.
배고픈 이, 외로운 이, 빈천한 이, 어리석은 이들이 많습니다. 누구 누구 할 것없이 돌봐야 하며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듯이 그들에게 항상 베푸는 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지금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존재들임이 틀림없으며 내 인권이 존귀한 것처럼 모두가 존귀한 존재들이며 언제 어디서라도 다시 만날 인연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인연을 지어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꽃은 가난한 이나 부유한 이나 다리가 없는 이나 눈이 먼 이, 지위가 높은 이나 천대를 받는 이, 그 어떤 사람이 보아도 아름다운 향기와 자태를 통해 환희심을 일으키게 합니다. 무엇인가를 거두고 베풀고 더불어 함께 이익되게 한다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요.
‘채근담’에 보면 ‘좁은 길을 갈 때는 한 걸음 멈추어 남을 먼저 가게하고 맛있는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줘야 함께 즐기는 것이 좋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한 방법 중의 한 가지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편안함과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다보면 저절로 그 보답은 자신에게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즉 남을 위한 일이 나를 위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운 붕 <대성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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