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초 3박4일간 포항지역 상공인 18명이 중국 청도(靑島)를 찾았다가 큰 충격을 받고 돌아왔다.
수십 년 동안 포항에서 기업을 운영해 온 고참기업가들이지만 이번 중국방문에서는 국내기업들이 줄을 서서 중국으로 향하는 소위 엑소도스(Exodos·대탈출)의 이유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돌아와서는 모두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세계의 공장’ 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며 상공인방문단 가운데 벌써 내심 ‘중국行’을 결심한 사람도 있어 지역산업의 공동화(空洞化)가 가속화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앞선다.
상공인들이 찾은 청도시에만 무려 4천여개의 한국기업이 가동 중이었고 청도시가 속해있는 산동성에는 1만여개의 한국기업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파격적인 금융지원 및 세제혜택, 고용시장의 유연성과 낮은 인건비, 감격스럽기 까지한 공무원들의 기업지원활동, 단체장의 탁월한 경제마인드…….
포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중국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공인들까지 있었다.
지역 상공인이 청도시를 찾았을 때 방문일정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끼어있는데도 청도시 부시장이 직접 나와 3일동안 꼬박 방문단을 친히 공단지역으로 안내하며 각종 혜택과 행정지원을 상세히 설명하며 극진한 대접을 아끼지 않았다.
공장을 세우려면 가까운 구청에 설립신고서 한 장만 내면 공무원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7일내에 허가서를 직접 갖다주는 ‘원스톱 민원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우리의 상황과는 너무나 달라 상공인들이 혀를 내두르기 까지 했다.
청도시는 투자업체에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관, 은행, 보험회사, 변호사사무소, 회계사사무소 등도 기업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기업으로서는 천국이다.
그럼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포항시는 포스코가 있고 자연스럽게 철강공단이 조성돼 수백개의 업체가 포진해 있다고 느긋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지난해를 정점으로 포항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분명, 문을 닫고 타지로 외국으로 떠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기업이 빠져나가고 산업공동화가 초래되고 나면 포항의 경제는 급전직하로 쇠퇴해지고 그후 포항은 무엇으로 사는가?
추상적인 발전 청사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이제야 말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과 함께 자치단체가, 단체장이, 정치인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5일에는 포항철강공단 4단지 조성사업 기공식이 성대히(?)열렸지만 기념식도 가관이었다. 기공식에 지역 기업인은 아예 초청되지 않았고 도지사,시장,시의장,도의원,시의원자리만 마련됐고 그들만 버튼을 눌렀다.
뿐만 아니다. 참석 귀빈들간에 의전문제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눈뜨고 못볼 꼴불견도 연출됐다. 아직 정신 못차리는 높은 분들이 많은 걸 보고 기업인들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공장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을 할 여건과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공단업체에서는 “지금처럼 세금을 착실히 내는데도 공단은 도로가 폐이고 산이 무너지고 쓰레기가 쌓이는데도 아예 폐허처럼 그대로 방치한 채 외면한다면 누가 입주를 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마침 늦게나마 정장식 포항시장과 공원식 시의회의장이 지난 6일부터 자매도시 훈춘을 비롯한 중국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장식시장이 직접 눈으로 중국 자치단체의 경영마인드를 확인하고 돌아오리라 믿고 돌아와서 달라진 경제정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고장’을 만들어 줄 것을 지역기업인들은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더 이상 이곳에서 기업 못하겠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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