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동해의 한 중간에 위치한 영일만, 그 내만 가장자리에 길다랗게 남북으로 가로놓인 명사십리, 포항송도 백사장은 예로부터 원산의 명사십리와 더불어 이름난 해수욕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사오십대 연령층의 이 고장 사람들은 물론,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도 포항 송도 해수욕장은 아련한 추억이 서린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그 맑고 투명한 바닷물과 햇빛에 반짝이는 곱디고운 은모래 사장이 한없이 이어지고, 그 뒤편에는 육십여만평이나 되는 아름드리 송림숲이 한 폭의 그림같이 둘러 있어서 전국의 어디에 견주어 보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천혜의 해변이다.
여름 한철이면 이 고장 사람은 물론 경주, 대구, 안동, 영천을 위시한 그 외의 지역에서 많은 피서객들이 수만명씩 모여 들어 넓은 백사장은 해수욕객들로 발디딜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 같은 유명한 천혜의 하계휴양지가 60년대 말 포항종합제철의 건설에 휘말려 막대한 자연훼손은 물론 송도해수욕장은 깡그리 사라져 가고, 흉물스런 건물들만 늘어서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포항시의 도시계획대로라면 송도해수욕장은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이 고장에서 영원히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물론 포항제철의 건설이나 도시건설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발전의 논리에 맥없이 무너지고 흉물스럽게 되어가는 자연 환경이 너무도 가슴 아플 따름이다.
도시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수백만년을 헤아리는 세월에 걸쳐 형성된 자연환경이 몇사람의 입안자들에 의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후손으로부터 빌려온 자연환경을 잘 보전해 본래의 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찾자는 말로 이해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개발과 보전의 균형이 이루어 졌을 때 지속적인 개발이 가능 할 것이다. 유교사상의 중용의 지덕이 개발과 보전에도 통용된다고 보여 리우환경회의를 전후하여 많은 국가간의 환경협약이 구체화 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중요한 것은 나의 이익이나 우리의 이익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지구의 이익을 겸허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송도해수욕장이 예전과 같이 확장 복원되고 현대시설로 개발돼, 송도의 송림은 자연휴양림으로 새단장되기를 기대한다. 또 곳곳에 적당한 휴양시설을 갖추고 형산강 하류에 요트장이 개발된다면 북부해수욕장과 더불어 이곳은 부산해운대 못지않은 유명한 휴양지로 각광받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포항의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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