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피땀으로 농토를 일구어 국가경제와 민족의 생명인 농업을 꾸준히 지켜왔다.
역대 정권들의 개방정책과 농민생존을 외면하는 반농업적인 정책 속에서도 꿋꿋하게 땅을 일궈내며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 UR협상이후 350만 명이 농촌을 떠났고, 청춘을 바쳐 일하며 거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농가부채와 좌절, 서러움과 절망뿐이라 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이 넘는 농민들이 생활과 처지를 비관해 농약을 마시고 죽음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농촌 현실은 암담할 뿐이다.
우리 농업은 10년 전보다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WTO협상, 자유무역협정, 쌀 재협상은 우리 농업의 미래와 농민의 생존을 더욱 처참하게 바꿔놓을 것이라 판단 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농업·농촌의 비전과 농정’보고서에 따르면 농업개방의 파고에 노출된 우리 농업의 현주소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94년 이후 지난 2002년까지 농업의 생산성은 늘었지만 소득은 감소하는 ‘성장과 소득의 괴리’현상이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한 90년대 투·융자 확충에 힘입어 농업 고정자본은 연평균 9%이상 늘고, 농업생산도 연평균 2%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과 수입 증가로 농산물 실질가격도 연평균 1% 떨어져 소비자 이익은 늘었지만 호당 실질 농업소득은 연평균 1.7%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영세농의 농업소득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대농(大農)계층은 증가해 농가 계층간 소득격차 확대로 인한 농가의 이질화도 심화되고 있다.
농촌 농가 비율은 지난 90년 57%에서 10년 사이 39%로 줄었으며 인구 2천명 미만인 면은 85년 9개에서 2000년도에 170개로 늘어 농촌의 자생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위기와 농업의 처참한 현실을 외면한 채 자유무역협정 확대정책과 WTO 쌀 수입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수입개방을 기정 사실화함으로써 대다수 농가의 탈농을 유도하는 농업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농업 문제를 스스로 챙기고 해결하겠다던 대통령의 의지는 400만 농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인가?
우리 농민들은 정부의 의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와 시군 의회가 아직도 우리 농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음을 심각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고통과 농업분야 국난을 무시한 채 이제는 농업인 생존권 자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꼴이다.
농가농업경영회생의 최대 현안은 첫째로 지난 UR이후 농어촌 구조개선 투융자 사업 및 농가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인하여 고스란히 농가빚으로 떨어진 42조원과 관계된 정책자금 부채, 그리고 이를 유지, 보수, 생산, 유통시키기 위하여 농업경영자금으로 투입된 15조원에 이르는 일반 상호금융부채에 대한 즉각적인 원금상환 유예와 이자 탕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국내농산물의 생산비 보장대책 없이 UR이후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의 무차별 개방으로 인하여 발생한 후유증으로 모두가 정부의 농정실패 결과물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둘째, WTO, DDA 농업협상에 대비하여 국내 농업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 농산물 개방프로그램에 대한 우리농산물 개방 피해 충격흡수장치로서 단위품목별 생산직불금을 농산물 수출 선진국 수준인 50%이상으로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각종 의료, 교육, 복지 분야에 직·간접적 소득보전장치인 농업회생입법을 제도화해야한다는 생각이다.
농민이 정부와 국회를 믿고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민족농업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해부터 지방자치농정은 일반예산대비 30%이상을 농업지원과 농가부채 해결을 확보해야 농업, 농촌 회생 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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