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상점들의 쇼윈도에서 반짝이는 장식들이 연말이 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거리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냉랭한 것 같다.
예년처럼 흥청대던 모습이 줄어들어 다행스럽다고 여기다가도 경기침체로 가벼워진 주머니 탓이라고 생각하면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특히 올해 지역경제는 주력산업인 철강산업과 자동차부품산업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및 신용불량자 문제, 노사갈등, 기업들의 분식회계 등 전국적인 악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침체를 겪어야 했다.
지역경제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나 새해에는 국내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역경제에도 온기가 감돌 전망이다.
내년도 우리경제에 대해 한국은행이 5.2% 성장을 예측한 것을 비롯하여 각 경제연구기관 전망치들이 대부분 5%내외로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이다.
올 한해 우리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던 내수경기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호조로 공장가동률이 80%를 상회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설비증설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그 동안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점차 가시적인 성과들을 나타내면서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제조업체들의 생산시설 해외이전 추세와 노사갈등,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회복세는 과거 경기상승기만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내 철강업체들도 국내 철강수요산업의 호조와 대중국 수출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생산능력 이상의 조업활동을 하면서도 투자는 효율성이 높은 해외투자에 비중을 높이고 있어 국내투자는 기존설비를 개?보수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국내소비는 교역조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하반기 이후 순차적으로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됨에 따라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커질대로 커진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국내소비의 회복강도를 다소 약화시킬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상경기나 관광경기도 점차 나아지겠으나 업종간, 업소간 차이가 커지면서 체감경기 개선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20%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며 우리경제를 지탱해 왔던 수출이 내년에는 이에 대한 반사효과로 10%정도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은 수출호조와 설비투자 회복에 따른 자본재 수입의 증가추세가 지속되면서 금년보다 10%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해외여행 등이 크게 늘어나 적자규모가 120억달러에 이르고 이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가 60억 달러로 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우리지역 수출도 금년 들어 9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40%나 급증한 데 따른 반사효과로 증가세는 다소 둔화되겠으나 미국의 철강제품 세이프가드 철회와 중국의 견조한 성장세, 세계경제 회복 등에 힘입어 증가추세가 꾸준히 유지될 전망이다.
수입은 세계적인 수요증가로 원자재가격이 오르면서 당분간 증가율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새해 경제전망을 두고 일부에서는 우리의 경제여건상 ‘장밋빛 전망’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동력이 된다는 ‘자기실현(self-fulfilling)’이 새해 우리경제에도 꼭 이루어져 내년 연말엔 거리에 다시 활기가 넘치길 기대해 본다.
윤 홍 중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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