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안녕들 하십니까?
우리 절 집 안에서는 거의 모든 행사가 음력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직 새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습니다만 이미 달력은 새그림으로 바뀌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그해의 간지를 가지고 일년의 운세를 예견하기도 합니다.
물론 간지를 가지고 일년의 운세를 이야기하는 것이 불교적인 발상이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요, 또 실제로 그와같은 것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조상 전래의 전통과 관습을 하나의 미신이거니 하고 치부하기 보다는 조상의 지혜로운 삶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현대적인 의미로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실정에 알맞은 새로운 교훈을 찾아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원숭이띠 해를 맞이하여 금년 한 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는 근면성의 회복입니다.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에 비해서 근면하기로 널리 알려진 민족입니다. 이는 세계 각국이 인정한 사실입니다. 그 부지런한 민족성이 바탕이 되어 한반도라는 작은 땅덩어리, 그것도 허리가 잘린 반쪽만 가지고도 세계유수의 무역대국,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놀고 먹자는 풍조가 만연했습니다.
거기까지는 미치지않은 사람이라도 대부분 좀 쉽게 살자는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 그 결과 산업부분에서는 향락산업만 번창하고 제조업과 같은 힘든 업종은 몰락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들 합니다.
여기에는 일부 부동산 투기꾼들의 영향도 큽니다. 특히 정치권과 영합한 일부 인사들의 몰염치한 행적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뼈빠지게 일해도 평생 집 한칸 장만하기가 힘든데 어떤 사람은 부동산 투기로 졸지에 벼락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는 현실을 보면서 근로의욕을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치더라도 일반국민 모두가 자포자기해서는 안됩니다. 남이 장에 간다고 볼일도없이 거름짐을 지고 장에 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래봐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결과는 더 큰 실망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새벽을 알리는 닭처럼 일찍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근면성을 다시 회복하는 길만이 나도 살고 나라도 잘 살수 있는 비결입니다.
두 번째는 지족(知足)의 생활을 해야 합니다.
지족의 생활이란 만족할 줄 아는 생활을 말합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분수를 아는 생활이 되겠지요. 앞서 근면성의 회복을 말씀드렸는데 아무리 부지런하더라도 만족할 줄 모르면 마음이 밑빠진 독과 같아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게 됩니다.
지족불욕(知足不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욕심이 없다는 말입니다. ‘장자 소유’ 편에는 ‘언서음하불과만복’이라는 말이 있는데 ‘쥐는 작은 동물이라 큰 강물을 아무리 배불리 마셔도 배하나 가득 이상은 더 들어가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도 제각기 분수를 타고 났으니 자기 분수에 만족하여 지나친 욕심을 내지 말라’는 비유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현실을 살펴봅시다. “옛날처럼 못입고 못먹어서 사회가 혼랍합니까” “아닙니다” 지난 몇 년동안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는 아주 풍요로워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입는 문제는 오히려 너무 지나쳐서 탈입니다. 돈이 있으면 무얼 합니까, 집이 있으면 무얼 합니까. 만족할 줄 모르는 삶은 억만장자라도 행복과는 거리가 멉니다.
금년 새해에는 근면하고 만족할줄 아는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입니다. 참으로 뜻깊은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다같이 노력합시다.
운 붕 <대성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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