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연예계 가장 특이한 열풍 중의 하나는 단연 누드 집 출간과 ‘얼짱’,‘몸짱’, 그리고 이효리 열풍 등으로 표현되는 육체의 반란이었다. 이것들은 상업적 시스템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만, 그 전에도 상업적 시스템은 있었다는 점에서 분명히 특기할 만한 징후다.
모든 문화는 그 발생 초기에 있어 새로운 재력가들의 도움을 받아 발흥한다. 신흥 시민계급의 지지를 받은 근대소설이나 사진, 중인계급의 지지 속에 성장한 사설시조나 판소리가 그러한 사례다. 누드집이나 얼짱 몸짱에 대한 열풍도 마찬가지인데, 인터넷과 모바일이라고 하는 새로운 매체와 기업의 전략 없이는 불가능한 현상이었다.
한국 사회는 바로 이런 식으로 과거의 가치와 작별을 고하는 중이고, 다가올 미래를 탐색 중인 듯싶다.’(동아일보 2003년 12월 29일자 소설가 이만교씨의 칼럼중에서)
‘얼짱’은 말 그대로 ‘얼굴이 짱’인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신조어이다. 올해 네이버 검색어 1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개설된 얼짱 관련 팬 카페가 수천개에 이른다. 박한별 임수정 등 얼짱 출신들이 드라마와 영화로 연이어 데뷔했고 최근에는 ‘스포츠 얼짱으로 서울 숙명여고 농구부 선수인 신혜인과 미국 LPGA투어 CJ 나인 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으로‘필드의 신데렐라’가 된 안시현 열풍도 대단하다. 최수종의 노래방코너에 동성로 시스터즈가‘노래방 얼짱’에 등극하는가하면 몸이 튼튼한 스타는‘몸짱’‘키짱’까지 등장하는 등 가히 ‘짱’ 신드롬이다. 하물며‘노짱’이라며 대통령까지 탄생시킨 언어인데 더 말하여 무엇하랴. 이제는 더해서 ‘얼짱아나운서’ ‘공무원 얼짱’도 나오고 ‘아줌마 몸짱’도 나오는 판이다.
KBS 2TV에서는 ‘그녀는 짱’이라는 20부작 월화드라마 드라마를 방영하고있는가 게임퀴즈 채널은 오는 16일 ‘2004년 대한민국 얼짱전’을 생중계 한단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세태를 보면서 인터넷이라는 최첨단 매체가 가감없이 혹은 걸러짐이 없이 사실을 호도를 하고 왜곡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는데서 매우 안타깝다. 재주 많고 나름의 끼를 가진 ‘얼짱’이 쏟아져 나와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점차 일부인들의 장난이나 말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점차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짱’들의 홍수에 식상한 면이 많을 것이다. 하긴 이런 ‘짱’이란 단어가 한 시대를 풍미하는 것도 미디어들의 힘이며 왜곡일수도 있으며 시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면이 없는 ‘짱’은 떠오르기도 잘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순간이다. 내면과 자신을 다스리는 내공의 힘이 받쳐줘야 진정한 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얼굴도 안되고 몸도 아니올시다, 재주는 찾아볼래도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은 방안에서 ‘나 홀로 짱’이라도 되 볼 일이다.
김 긍 연
<미디어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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