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가끔씩 들르는 시내의 한 서점을 찾았다. 자주 보는 광경이지만, 한 줄로 죽 늘어앉아 책 속에 빠져 있는 꿈동이들의 모습은 새삼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우리집 아이들도 책을 한 권씩 골라 그 속에 끼었다. 책을 다 보고는 그 책을 사달라고 조를 것이 틀림없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한 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시집을 고르다가 나도 꿈동이들 속에서 읽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사실 시 한 편 읽어볼 때도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목이 뻐근하다. 그래서 조그만 엉덩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아서 시집을 펼쳐 들었다. 시 속에 한창 빠져있을 때 책을 정리하고 있던 직원이 어른은 앉아서 볼 수 없다며 일어서라고 했다. 황당했다.
깔개 하나 없이 차가운 바닥에 엉덩이 하나 들이밀고도 책 볼 수 있는 공간에 감지덕지하며 보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용납하지 않다니….
이처럼 지방에서는 책 읽을 공간이 없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도 없고, 서점마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인지 엉덩이 걸칠 의자 하나 놓아주지 않는다.
‘사서 보라’는 뜻일 게다. 책의 진가를 알아야 사서 본다는 아주 쉬운 법칙도 모르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라도 차가운 바닥이지만 선뜻 내어준 서점은 그 곳뿐이니 고맙게 여겨야 할 형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 방송사에서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방송의 효과인지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곤 한다. 그 수익금으로 영세한 지방에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을 건립한다고 하니, 참으로 좋은 일이구나 싶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든 지방에 도서관 건립을 해 줄 순 없을 것이다. 우리 지방에도 도서관다운 도서관이 없다 보니 서점을 찾곤 하는데,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여 늘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주에는 대형서점에서 다독하는 사람을 찾는 중이었는데, 몇몇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서점 안에 비치된 푹신한 소파를 보았다.
누구나 앉아서 고른 책을 마음놓고 읽을 수 있는 공간 같았다. 서울이니까 저런 곳이 있겠구나 싶었다. 참으로 부러웠다. 그 책이 마음에 들면 분명 계산대로 들고 갈 것이다.
시민을 위한 도서관이 곳곳에 있어 언제든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서점이라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장 성 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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