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충효동, 서악동, 현곡면 금장리 일대의 녹물 수돗물 공급 파동은 25일 정상을 완전 회복했다.
주민들은 4일간 먹고 마시고 씻을 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일상적인 불편 이외에도 정수기 필터 훼손, 화장실의 비데 필터 막힘, 피부병, 구토, 설사, 저수조 오염, 세탁물 오염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경주시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경주시는 묵묵부답이다.
수도사업소측은 일부 아파트 단지의 저수조 등 초과 사용한 비용은 수자원공사측이 책임지기로 합의해 세부 방법을 논의중이며,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어디까지나 언론의 취재에 대한 답변일뿐 시 차원의 형식을 갖춘 대외 발표나 문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공식적인 입장’은 결코 아니다.
공보담당부서를 통한 대언론 공식 입장 발표도 물론 아니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면 일부 공직자들이 경주시민을 도대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공개적으로 피해 보상 방침을 밝히면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달려 들고 해서 일이 더욱 어렵게 된다”는게 경주시 수도사업소 간부의 설명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같은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백상승 경주시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열린 시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녹물 수돗물 공급 그 자체보다도 사후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경주시의 안일한 대응에 더욱 실망하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몇몇 시민들의 글을 통해 어렵사리 확인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수도사업소 관계자들을 비롯해 경주시 공직자들은 만약 이와 유사한 파동이 서울이나 대구, 부산등 대도시나 선진국에서 발생했어도 이처럼 유야무야 끝날 수 있는 일이었는지 냉철히 되짚어 봐야 할 것이며, 공보담당부서 관계자들은 홍보 및 공보업무의 능동적인 역할찾기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열린시정’이 단순한 구호로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체감할수 있는 행정서비스가 되도록 그 접근 방법과 인식의 전환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아무리 깔끔하게 대대적으로 개편해도, 또한 백상승 시장 취임이후 벌써 11회째 개최하는 열린시정 대화의 광장을 앞으로 수없이 개최해도 이번 일을 계기로 촉발된 이 지역 주민들의 경주시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게 기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경주=김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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