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얼굴은 또 다른 이름이자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신체부분이다. 옛부터 우리 선조들은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표정이나 눈빛을 통해 대강의 짐작을 하였으며 관상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의 미래와 과거를 판단하기도 했다. 그 만큼 얼굴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신체구조이며 항상 조심스럽게 갈고 닦아야 할 또 다른 이름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통령은 한 국가의 대표이자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라는 얼굴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해 각 국가의 대표이자 얼굴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인상과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내 비추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모습이나 삶 자체는 곧 세계 속에 보이는 우리민족의 얼굴이자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보다는 많은 외세의 간섭과 시련을 겪었다. 가까운 과거로는 6·25전쟁과 먼 과거로는 삼국시대 영토전쟁과 수·당나라와의 싸움 등이 그러하다. 그때마다 우리 민족은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올곧은 성품으로 위기를 이겨냈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룩했다.
전쟁은 한 국가의 통치자보다는 죄 없는 백성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준다. 우리 민족은 수많은 전쟁을 겪었고 백성들은 고통과 슬픔에 빠져야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전쟁의 슬픔이 크다는 이유로 한 국가의 임금을 구속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선조들에게 임금은 곧 나라였으며 개인도 당장의 고통과 슬픔보다는 국가의 운명이 더 중요했다. 국가가 없으면 개인도 없다는 충정심이 신라 천년 사직과 고려, 조선이라는 오백년 이상의 사직을 지켜냈다.
지금 우리는 전두환이라는 전직 대한민국의 얼굴을 우리 스스로 마구 짓밟고 있다. 그것은 민주화라는 이름아래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더 나아가 밝은 세상 만들기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그 결과 과거 광주민주항쟁사건의 아픔과 함께 한 인간으로서 이 땅에서 살 수 조차 없는 죄인으로까지 전락하게 됐다. 과거 전두환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안정을 이룩했으며 세계 속에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알린 공적도 모두 잊고 그저 비자금 사건의 중심, 광주민주항쟁의 죄인이라며 과거 우리나라의 대표얼굴을 스스로 짓밟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직 대통령은 미우나 고우나 한때 한 국가의 얼굴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얼굴이 너무 못생겼다고 스스로 얼굴을 짓밟고 칼로 자를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운운하며 대통령 시절의 공적까지 모두 죄목이라는 이름아래 묻어두고 우리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절단하려 한다. 우리 민족 특유의 미덕이나 아름다운 이해와 사랑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서의 미덕,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얼굴을 좀더 예쁘고 단정하게 만드는 일이다. 비자금, 광주민주항쟁, 독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얼굴마저 절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얼굴을 좀 더 밝고 맑게 꾸미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조상들에게 배운 미덕이며 올곧은 성품이다. 또한 잘못보다는 잘함을 찾아내어 이 사회에 진정한 아름다운 얼굴이 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최 경 집
<대구·경북 군불교진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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