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까지 물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나마 물을 경제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전통적으로 누구든지 마음대로 소비할 수 있는 자유재로 인식해왔다.
최근의 기상이변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홍수나 극심한 가뭄,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수질오염으로 인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감소는 더 이상 물 문제를 경제적 잣대로 가늠하기 곤란한 대상으로 만들고 말았다. 물 문제는 인간 개개인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생존권적 기본권의 문제로 전환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일찍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 평화상 뿐만 아니라 과학상도 받게 될 것이라고 언명한 바가 있듯이 지구상에 부존하는 물을 싼 값으로 많이 확보하는 기술적인 문제와 지역간, 국가간의 정치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의 기상이변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인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 태양흑점 활동, 엘리뇨 현상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추정되는 최근의 기상 이변은 극단적으로 강우를 편중시키거나 한발을 유발하고, 지구온도의 상승은 극지방의 얼음을 녹게 하여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등 종전의 치수 및 이수체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금년 물의 날 주관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가 주제를 물과 재해(Water and Disater)로 정하고 있는 것은 물로 인한 재해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도 기상 이변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다. 2002년 8월 집중호우 때에는 인명피해 23명, 재산피해 9천181억원, 뒤이은 태풍 “루사” 내습시에는 인명피해 246명, 재산피해 5조 1천479억원, 2003년 태풍 “매미” 내습시에는 인명피해 130명, 재산피해 4조 7천810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매미”의 영향으로 강릉에는 하루 870.5mm의 비가 내려 일최대강수량을 갱신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 주요 댐들을 설계할 당시 감안하였던 가능최대홍수량은 최근의 기상여건을 감안할 때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3배이상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 2000년 2~5월 사이 영호남지역의 가뭄 때에는 연평균 강우량의 16~43% 수준의 비만 내렸으며 2001년 3~6월 사이 전국적인 가뭄 때에는 연평균 강우량의 10%에 불과한 지역이 있었으며 부산과 인천은 1904년 근대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소강우량을 기록할 정도로 가뭄이 심하여 “왕가뭄”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킬 정도였다.
이처럼 폭우와 극심한 한발로 인한 재해를 항구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치수, 이수체계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중소규모의 댐도 홍수조절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고, 보전가치와 개발가치를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검토하여 자연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홍수 및 가뭄에 취약한 지역의 하천 개·보수 및 신규 댐 건설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단위 국토개발이 친환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환경 보전에 대한 목소리는 갈수록 힘을 얻는 데 반해 댐 건설은 외면당하고 있다.
그러나 당면하고 있는 물로 인한 재난으로부터 우리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코 개발이 폄하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자연환경 피해를 최소화하여 미래에도 아름답고도 다양한 생태계를 우리의 후손들이 향유할 수 있는 개발이 되어야 할 것임은 자명한 것이다.
환경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이듯이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고, 우리들의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서 필수 요소인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천부인권으로써의 생존권이기 때문이다.
서 성 택
<한국수자원공사 포항권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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