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으로부터 심하게 종아리를 맞은 적이 있었다. ‘사랑의 매’라고 씌어진 회초리로 열대이상 맞았던 것 같다. 우리 분단 전원이 맞았는데 분단장이었던 나는 더 맞았다. 절룩거리며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이 모르도록 감추려고 애썼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 보니 피멍이 든 종아리를 어루만지며 어머니께서 울고 계셨다. 나도 따라 울었다. 그 뿐이었다.
당시의 선생님은 당연히 학생을 때려서라도 인간을 만들어야 하는 분이었고, 사회적 분위기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교원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스승을 예우하는 전통 때문에 금기 시 되어왔었지만 이제는 위대한(?) 선생님이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교육 부실이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면서 교사의 평가 문제는 더욱 활발하게 대두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께서는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교사 평가는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천명하였고, 국민의 여론도 60% 이상이 이를 찬성한다고 한다.
공교육의 활성화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의하면 공교육이 활성화되려면 수업을 잘하고 학생지도에 뛰어난 교원이 대우받을 수 있는 교육 현장이 이루어져야하며, 그렇게 되려면 현행의 교원 평가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교장, 교감만 참여하는 단순평가에서 동료 교사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다면평가로 개선되어야 하고, 평가의 결과도 교원의 자기 계발과 교수-학습 지도력 향상에만 활용하며 우수 교원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다. 또한 누적 평가 결과 교수-학습 지도력이 부족할 경우 특별 연수를 받게 할 방침도 포함되었다.
교사의 자질 문제와 평가는 세계적으로 공통 관심사이다.
학교 교육 시스템이 우리와 비슷한 미국에서는 교사들이 교육이외의 잡무에서 해방되어 학생 지도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모든 교장과 장학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어려운 학생, 문제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훈련과 기술이 교사들에게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교사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하고 무능한 교사들은 철저히 배제하는가 하면 정년을 보장받은 교사라 하더라도 적절한 평가를 통하여 자격이 미달할 경우에는 쉽게 해고할 필요성도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페어팩스 교육청에서는 3년에 한번씩 모든 교원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임용, 조건부 재임용, 재임용 탈락으로 구분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최고 명문 학교인 베이징 4중에서는 한해에 평균 4~5명의 교사들이 평가 성적 미달로 인하여 퇴출 된다고 한다.
일본은 2001년부터 교사 평가제를 도입, 실시하며, 학생 지도 능력이나 학급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는 1년 간의 연수 후 재평가를 실시, 합격하면 학교로 돌아갈 수 있으나, 불합격하면 재교육을 거쳐 최종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독일은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해 4~5년간의 대학교육을 마치고, 1차 임용고시에 합격한 후, 2년간의 교원 연수 과정을 수료하고, 수료 후에도 제2차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비로소 교원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임용과정을 보다 엄격히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도 시험일자가 닥쳐오면 긴장과 부담을 떨쳐버릴 수 없듯이 평가는 누구에게나 반갑지 않은 것이다. 또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예수도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하지 않았던가.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교육이 경쟁력이며 교사의 질이 바로 교육의 질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우수 교사의 확보가 곧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니 교사의 평가는 국가적 필수 과제인 것이다.
우수 교사란 학생을 지도하는데 필요한 수업 능력, 생활지도 능력, 학급경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 점을 정확히 평가하여 능력 있는 교사가 추앙 받는 교단 분위기가 고조되고, 모든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평가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 미 자
<경상북도교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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