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의 저자 로타르J.자이베르트 가 ‘행복이 가득한 시간’이라는 책을 독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이 책을 번역한 박휘섭 님은 옮긴이의 글에서 이런 글귀로 시작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거리는 이른 아침부터 자동차의 물결로 넘치고, 사람들은 마치 게으름은 악행인 양 저마다 어딘가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다가 어깨라도 부딪치게 되면 왕방울 같은 눈을 부라립니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듯 험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숨 가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따뜻한 말 한 마디 나눌 시간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가 갑니다.”
참으로 각박한 현실임을 직시하게 된다. 생존경쟁이라는 무대가 우리 모두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또한 그런 무대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바쁘게, 전투적인 삶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생(相生win-win)의 삶을 원하면서도 막상 삶의 현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업무는 나에게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주지 못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더 생산성 있게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결국은 내가 살아남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남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늘 부족하고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시간의 틀 속에 갇혀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근간에는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쪼개어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알맞도록 만들어진 책들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새벽형 인간 등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마 시간 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과거보다 그만큼 증가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 관리에 대한 관심은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관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시간의 노예가 되어 수동적으로 시간을 사용해 오던 사람들이 어느 날, 시간도 관리의 대상이고, 관리하기 나름으로 시간을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주어진 업무를 마무리 하고서도 남는 시간이 있다면 그 때 자기 자신을 계발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파생된 용어가 웰빙(well being)이다. 잘 살아 보자는 것이다.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삶의 방편일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결심하고 각오한다고 저절로 시간 관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관리의 필요성을 느껴 자신도 시간관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으면서도 정작 작심삼일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면서 더 심각한 좌절감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아니면 기본적인 생활 리듬조차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생활 전체의 질서와 무게가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초래하는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사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 와는 상관이 없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다. 다른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라고 해서 나 자신도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성은 없다.
문제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아침이든, 저녁이든, 아니면 깊은 밤이든 상관없다. 자신의 하루 생활 또는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현주소를 찾아본다는 것은 시공에 구애받거나 영향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침실에서든지, 잠들기 전이라든지, 아니면 출퇴근시간의 차 안에서든지 자기를 돌아보는 일은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을 돌아 볼 때는 철저히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관이라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비로소 동료가 보이고, 가족이 보이고, 자기의 일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 시켜 정직하게 살필 때 주어지는 결과물이다. 사람이 가장 부지런해야 할 삶의 영역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살피는 일이 되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자신의 아집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회복하자.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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