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년간 농협은 농민들과 함께 생활하였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농협은 외형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였으나 농민들의 생활은 무한경제체제가 본격화 가속화되면서 생존에 대한 위기감으로 가득차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농업의 본격개방시대, 농협이 유통망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농촌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농협의 구성원인 조합원들 중에서도 이제는 젊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의식이 크게 변화, 농협의 역할에 대한 기대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사업 활성화와 지도금융정착을 통해 급변하는 금융, 유통환경에 대응하고 조합원의 경제적 권익증진에 힘써야 했음에도 농협의 노력은 아직까지도 미진했던 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농민조합원들이 피땀으로 일궈온 지역농협을 해산시킨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는바, 이는 단순히 어느 한 지역만의 조합원과 경영진과의 분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날로 어려워지는 농업, 농촌의 현실극복을 위한 최일선 조직으로 한국농협이 거듭나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봉화농협도 이러한 시대적 과제들을 모두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할 산들이 무수히 많지만 난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하여 2002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상임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조합원의 복지와 농산물 유통사업에 역점을 둔 사업을 추진, 조합원들로부터 나름대로의 신뢰와 사랑을 얻고 있다.
특히 영농자재 무상지원사업은 군내에서 가장 먼저 실시함으로서 인근의 타조합에서도 경쟁적으로 실시하는 선도적 역할을 했고 상호금융 대출금리도 가정먼저 8%대로 운영하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농협이 유통망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농촌은 무너질 수도 있다. 농업의 개방경쟁시대에는 생산보다 판매, 유통이 더 중요시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국적인 농협의 산지유통은 산지에서 공동계산을 통한 유통비율은 5%에 불과하고, 소매시장에서의 유통비율은 5.1%에 그치고 있다. 반면 대형할인매장의 소비지에서의 유통비율은 전체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농협이 농산물의 유통을 장악하지 못하면 자본이 지배하는 대형할인매장을 통해 저가의 수입농산물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우리농산물은 더욱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농협이 나아가야 할 길은 너무나도 자명한 듯하다. 농민은 고품질의 생산을, 농협은 유통사업의 획기적인 개선책을 강구하는 길뿐일 것이다.
봉화농협은 유통사업의 정착을 위해 농산물 순회수집을 통한 공동출하, 공동판매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여러작목반을 통합해 5개작목반 52농가가 합심, 생산전량을 공동선별, 공동출하하는 조건으로 봉화사과의 새로운 브랜드인 ‘야심찬사과’를 개발, 전국 최초로 여름사과 부분에 대한 공동계산제를 실시, 15억원 규모의 공동계산 실적을 올림으로써 국내유통 시장에 봉화사과 이미지는 물론 농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조합장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시되는 시기이다.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도모하고 경쟁력을 높여서 변화하는 농협을 구현해 나가기 위해 조합장이 맨 앞장에서야 할 것이다. 내외부의 환경이 변하면 농업이 변해야하고 아울러 농협도 바뀌어야 한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시스템과 사업의 변화를 시도하기 위하여 조합원과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해법 찾기에 고심을 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행정, 농협 협력사업확대를 위한 농정활동도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4.15 총선이후 이제 본격적인 개혁과 변화의 거센파도가 몰아칠 것이다. 유통이론, 현장실습, 선진지 연수 등을 통한 전문인력 육성은 물론 현장적응형 교육을 확대하고 생산에서 판매까지 철저한 품질안전성 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서 안정적인 우리농산물 확보에 최우선적으로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합장의 농정활동을 보다 강화하기 위하여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농협이 농민들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될 사랑받는 농협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조합장의 분발 또한 그 어느때보다 적절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권 창 수 (봉화농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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