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여름바다는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가 하면 겨울바다는 또 다른 모습으로 한해를 돌아보고 새 희망을 꿈꾸게 하는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기도 한다.
불현듯 바다가 보고 싶어 무작정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저마다 기묘한 형태의 갯바위, 부서지는 하얀 파도, 그 위로 날아다니는 갈매기 떼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요즘 같은 5월의 바다는 온통 비취빛과 옥빛으로 일렁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연신 밀려드는 파도가 그지없는 상쾌함을 준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자연풍광은 동해안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다. 그만큼 동해안은 우리나라의 보석같은 존재이다.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인 동해안의 풍광을 이대로 영원히 보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 동해안은 지금 불행히도 점점 죽어가고 있다. 청정해역인 동해의 아름다움에 취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지만 바다 속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있던 싱싱한 해초들은 간데없고 백화현상이 퍼져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동해안의 아름다운 백사장은 끊임없이 해안침식이 진행되어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생태계의 완전파괴를 불러오고 있으며 더욱이 환경오염 등의 원인이 겹쳐지면서 수산자원도 눈에 뛰게 감소되고 있어 주민들은 당장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특히 바다가 하얀 석회질로 뒤덮여 풀없는 바위만 남는 백화현상은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이후 당시 300ha에 불과하던 백화지역이 지금은 그 10배인 3,000ha에 달하고 있다.
백화현상이 문제되는 것은 해조류와 어패류 등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동해안의 생태계를 거의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 2,3년 뒤면 동해마을 어장의 20%이상이 죽음의 바다로 변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육지에서 200km 떨어져 있어 가장 청정하다고 알려진 독도앞바다에까지 확산될 정도이니 동해안 어민들에게는 직접적으로 그 타격의 정도가 매우 크다. 실제로 동해안의 어항마다 어민들은 어획량이 60%넘께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며 예년 봄 같으면 해변마다 미역으로 뒤덮이던 것 역시 이제 물에 떠다니는 미역을 채취하는 정도이니 미역채취량 역시 10년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백화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총제적인 원인규명은 되고 있지 않으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표층 수온상승과 엘니뇨현상에 의한 이상난류 유입 등의 해양환경변화와 연안역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로 인한 바닷물 오염이 가장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바다가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할 경우 오염은 되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동해안의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운 풍광에만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속부터 죽어가고 있는 동해안을 살리는데 전력을 다하여야 한다. 이제까지 동해안에 크나큰 혜택을 받았던 만큼 되돌려주어야 한다. 지금도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는 물론이고 공장에서 나오는 각종 화학물질과 오폐수가 바다에 몰리면서 동해안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청정해역인 동해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환동해권시대를 맞이한다고 떠들썩하기만 하였지 정작 우리의 생명선인 동해안은 죽어가고 있는 이 현실은 우리의 미래가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느끼게 하는 하나의 단면이 되고 있다. 백화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각종 오폐수의 유입을 차단하고 해안의 매립이나 토목공사로 인한 환경변화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수중암초 뒤집기와 인공어초 투하, 성게 등의 조식생물의 적정량 조정, 해중림 조성사업 등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백화현상이 한번 발생하고 난 후 다시 해조류가 자랄려면 수십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되돌이킬 수 없다.
동해는 우리나라 미래의 교두보이다. 동해는 가까운 미래에 실용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무궁무진한 해양자원의 보고이며 환태평양시대를 열어가는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또한 분단된 남북을 잇는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동해가 없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빠른 시일내에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임 원 식(경상북도의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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