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지구의 완전 반대편 브라질에서 3일 남짓한 해외취재기간중 많은 것을 얻었다.
특히 한국처럼 극심한 외환위기를 겪었던 브라질은 브릭스(BRICs)국가의 선두주자로 눈부신 경제회복을 구가해 ‘지금의 한국경제’에는 본받아야할 모델이 되고 있다.
브라질의 20세기 초반은 화려했다. 세계 3위의 민간 항공기 생산국이며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이자, 연간 2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자동차 생산대국.
물론 한국과 달리 자원대국이다. 석유·천연가스·금 등 세계 어느 나라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대의 커피·설탕 수출국이며 오렌지·면화·쇠고기 등 각종 농축산물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툰다. 1억8천만명에 달하는 인구대국은 미국·유럽·중국에 버금가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광대한 국토는 세계 5위 규모다.
이처럼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정치적 혼란으로 경제발전이 뒤늦은 나라. 세계 경제의 ‘잠자는 거인’ 브라질은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어 한국의 부러운 본보기가 되고 있다. 1999년 금융위기 이후 내내 침체의 수렁 속에서 빠져있던 브라질 내수시장이 최근 조금씩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있다. 특히 노무현대통령보다 80일 앞서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은 취임 후 내내 ‘수출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통상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다시 뛰기 시작한 브라질을 이끄는 힘은 대통령 룰라의 강력한 리더십 때문이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 후 “한번 결혼한 남자는 부인과 이혼하거나 사별한다 하더라도 기혼자”라는 것이다. 다시는 총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통령직에 오른 것을 그는 국민과의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철강노동자출신인 그는 과거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에만 매달렸던 시절과 안녕을 고한 것이다.
시행착오도 없지는 않았지만 집권 1년만에 개혁의 기본방향을 잡고 국민들의 자발적 동참을 얻어낸 것이다. 실제로 룰라 대통령이 취임했던 올 1월 브라질은 여러 측면에서 위기였다. 마치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정부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룰라는 집권 초 연15%에 달했던 인플레이션율을 10% 안쪽으로 잡았으며 외국투자 유인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한때 25%까지 올렸던 금리역시 최근 16%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룰라의 활약으로 브라질의 ‘뜻밖의 보수주의(Unexpected conservatism)’는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아 한때 채무불이행위기까지 몰렸다가 해외채권발행에 성공하며 1년만에 국제금융무대에 복귀했다.룰라는 얼마전 중국으로 날아가 지난 24일에는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철강분야를 비롯 각 부문에서 공동 협력하기 위해 15개 합의서에도 서명해 양국간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며 ‘값진’외교성과를 올렸다.
브라질 사회의 또 다른 희망은 타협의 정치를 할 줄 아는 민주주의 전통에 있다.
브라질의 새로운 도약은 최근 정치적 많은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교훈이 크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닮은 점이 많은 브라질은 되풀이되는 정치적 갈등과 외환위기 등 성장의 장애물을 넘어 마침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탄핵정국을 마무리한 한국이 다시 뛸 때다.

브라질 상파울루=이한웅기자
star@kyongbuk.co.kr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