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스포츠제전인 유로 2004가 뜨거운 열기를 뿜고 있는 포르투갈은 유럽시장 개척을 위한 현대자동차의 전진기지였다.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본의 조세 알바라데, 루즈 스타디움 등 포르투갈 내 유로 2004 경기장에는 공식후원사인 현대차 로고와 함께 파란색 글자로 ‘HYUNDAI’라고 쓴 A보드가 즐비했다.
산뜻한 색상에 깔끔한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세계 ‘빅 5’를 꿈꾸는 현대차의 꿈이 희망을 나타내는 파란색 이미지와 상당히 잘 어울렸다.
유로 2004는 유럽뿐 아니라 온 지구촌에 중계되는 만큼 광고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품질향상이 어우러져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자동차로 호평 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0년대 국산차 1호인 ‘포니(조랑말)’을 생산한 지 30년 만에 ‘쏘나타’‘싼타페’‘그랜저XG’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소비자단체가 발행하는 컨슈머리포트 지(誌) 4월호에 ‘추천차종’으로 소개될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또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일류 메이커로서의 도약을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중국 베이징현대기차 등 세계 각 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유로 2004 대회기간 중에도 해외 법인과 대리점들의 이미지·인지도 향상을 위해 세계미니축구선수권을 개최, 참가국들의 호응을 얻었다.
포항시청이 한국대표로 출전, 세계강호들을 물리치고 준우승의 쾌거를 이뤄 한층 뿌듯했다.
특히 이 대회에는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가 현대차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 대회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현대차=요한 크루이프’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각인, 현대차 이미지 개선에 상당히 기여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유럽인들에게는 한국이‘동양의 한 작은 나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2002년 월드컵 4강에다 자국민인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건만 포르투갈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약했다.
대회 팸플릿에는 분명히 ‘KOREA’라고 쓰여 있었지만 대회 아나운서는 시종일관 ‘South Korea’로 불렀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포르투갈 시민들은 우리를 향해 ‘차이나, 저팬?’이라 묻기 일쑤였다. 그들에게‘코리아’가 깊이 인식되지 못한 증거다. 선뜻 ‘코리아?’라고 묻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어쩌면 이것이‘세계 4강’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의 현주소가 아닐까.
최만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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