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업무 파견으로 포항으로 내려온지도 두달이 지났다. 35도의 가마솥 더위,그 기세에 지지 않으려는듯 영일만의 검푸른 여름바다가 넘실거린다. 마치 사회·경제적 신용불량의 벽을 넘어 새삶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지를 안고 오는 인파와 같이.
항구와 공업도시라 대민업무가 거센 분위기일거라는 당초의 추측과는 달랐다. 손님들이 협조를 잘 해주었고 흔히 발생할 고성의 민원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격주간으로 교대출장 오는 본사 직원들은 한결같이 서울과는 달리 지역 사람들이 순박하다고 인상을 털어놓았다. 포항에 질세라 인근의 경주, 울진 사람들도 주류를 이루고 멀리 안동 예천에서도 신청자들이 달려왔다.
각양각색의 사람들만큼이나 그 사연들과 표정들이 다양했다. 공통된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신청 후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 중에 30대 후반의 한 부인은 신청 후 다음날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일을 할 수 있고, 여유있는 맘을 가지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표정 속에는 그녀의 하얀 이빨이 가슴의 뱃지와 함께 반짝였다.
이와는 다른 경우도 있다. 학생인 딸을 보증인으로 앞세우고 온 50대 초의 아줌마가 있었다. 딸이 엄마의 보증을 못서겠다 하여 많은 사람들 앞에 모녀의 언성이 높아지고 난처해진 엄마는 울상이 되어버린다. 자식들 키우다보니 남들에게 말못 할 사정도 많더라고 울먹였다.
이외에도 자식 3명 대학 졸업시키고 나니 신용불량딱지만 남았다는 울진의 아줌마, 영양에서 상추수경재배를 하며 매일 퇴근 겸 3시간 차를 몰아 포항과 울산에 납품하고 금년 가을에는 장가가겠다는 노총각. 여자로서는 해볼만하다며 열심히 채무를 갚겠다는 구룡포의 해녀아줌마, 부모님의 채무를 월급으로 대신 갚겠다는 직업하사, 간호원국가고시를 합격하고도 임시 경리직으로 있던 경주의 아가씨, 누룽지를 안고 온 식당아줌마와 함께 오가다 얼굴을 알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8월20일이면 막을 내리는 소액 신용불량자 구제업무, 채무가 추가된 자를 포함 대상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푸른 바다, 푸른 포항과 함께 ‘푸른 꿈’으로 시 입구에 적힌 그 희망의 꿈이 한마음으로 피어나고 있음을 날마다 피부로 보는 현장이다.
이 명 래(한마음금융㈜한국자산관리공사 포항지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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