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침에 읽는 신문이나 저녁에 듣는 TV 뉴스는 속이 뒤집혀 먹던 것도 내뱉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이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뿐이고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감이 잡히지 않는 헷갈리는 마음뿐이다. 이러한 생각이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정치인들에게서 국태민안을 기대하기란 물 건너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천근만근이 된다. 하나 같이 내 잘못은 없고 네 잘못뿐이라는 논리를 당연시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의식을 생각해 보면서 이지경이 되도록 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목사로서 자괴지심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우리가 슬프고 아픈 것은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목이 쉬도록 외치던 그들로 인하여 우리가 왜 고통 당해야 하는가이다. 어느 기자가 보도한 대로 “코미디도 이렇지는 않다”는 말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경제가 곤두박질 치고, 학원이 막판 장터가 되고, 사회가 시궁창 냄새를 내고 야당대표가 연일 강조하는 국가정체성이 도대체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 오늘의 상황임에도 어느 누구 하나 “내 탓이오”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슬프기만 하다.
지금 이 나라는 어느 때보다 갈등의 골이 패일대로 깊이 패여 있음을 경험한다. 그것은 이해와 관용과 용서와 사랑이라는 기독교적인 복음이 없는, 모든 잣대가 ‘나’라는 무서운 자기모순의 병에서 기인되는 것이다. 사회란 그 자체가 더불어 공존하는 것인데 소위 코드가 맞지 않으면 무조건 너는 틀렸다는 논리가 사회를 황폐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교회가 이 길을 함께 춤을 추면서 행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 보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가르침이 있다. 자신을 죽여서라도 인(仁)을 이룬다는 뜻인데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삶을 구하여 ‘인’을 저버리지 않으며 자신을 죽여서라도 ‘인’을 이룬다”(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고 했다. 이 가르침으로 우리의 선조들은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하는 것이 최고의 삶의 가치임을 알았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 지고한 군자의 길임을 가르쳤던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私를 위해 公을 희생하는 기막힌 일들이 도처에서 전개되는 것을 보게 된다.
내 임기 중에는 경제가 문제없다고 공언했던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은 이제 없는 것 같다. 그만큼 현실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음을 정치권은 물론 언론이 연일 걱정스레 보도한다.
사회는 정치 경제의 불안정한 상황과 비례하여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으로 불안심리가 서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88 올림픽 때의 감격과 함성,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냈을 때 온 국민이 목이 쉬도록 외쳤던 ‘아!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 역사의 암울했던 시기, 소위 유신체제 아래서 숱한 고난의 세월이 엮어질 때 필자도 최루탄에 질식하면서까지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목에 피고름이 맺히도록 울고 외치면서 싸웠다. 그래서 역사는 그 시대를 어둠이라고 평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주역 박정희가 오늘에 이르도록 훌륭한 지도자로 거의 모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늘의 정치권이 얼마나 제 몫을 못하고 있는가를 표현하는 역사의 역설임이 분명하다.
일본이 독도를 삼키려하고, 중국이 고구려를 삼키려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핵문제로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국제정세의 급변에 온 국민이 총체적으로 대항해도 모자랄 지금 안으로는 갈등으로 상처투성이 뿐이고, 밖으로는 어느 것 하나 힘을 쓰지 못하는 나약한 국가정체성을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는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은 분열과 갈등의 언어가 아니라 일치와 연합의 언어를 말하는 것이며, 관용과 용서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행동을 말한다. 친일규명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지향적인 역사관이 아니라 21세기를 향해 달음질 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 국민소득 2만불을 외치면서 소위 언론이 말하는 저주의 굿판이 멈추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내일은 일제의 처절했던 고통과 공산주의의 피맺힌 비통함보다 더한 몰락의 역사뿐임을 뼈저리게 통감해야 한다.
오늘의 난국이 나의 잘못임을 고백할 수 있는 겸손함으로 엎드리는 삶이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가야 할 역사의 정도임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월드컵 경기 때 온 국민이 손에 손잡고 목이 터지도록 외쳤던 그 함성이 다시 이 나라를 진동하기를 소망해 본다. 아~ 대한민국!
서 임 중(포항중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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