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하고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2001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여자 80세, 남자 72.8세이다. 30년 전보다 평균 14세 정도 늘어났다.
위의 숫자는 어디까지나 평균이다. 평균만큼 살 확률은 반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사실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죽는다는 것은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바람과 언론의 ‘건강프로그램’의 영향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운동만으로 모든 걸 해결 할 수는 없다. 운동과 함께 무얼 먹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몸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을 당시 보통 3~4㎏ 정도였으나, 지금은 몇 ㎏인가? 그 차이는 결국 우리가 먹은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무얼 먹어 왔느냐에 따라 지금의 건강상태는 그 결과로써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먹는 습관을 바꾸기 보다는, 한 번에 해결하려고 ‘무엇이 몸에 좋더라’라는 것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 한국인의 사망원인은 ‘2002 통계청 사망원인 분석’자료에 의하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순이다. 이것은 흔히 ‘성인병’이라 부르는 ‘생활습관병’이다. 즉,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부족, 스트레스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식습관이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사람이 ‘한국식’이 아니라, 달고 기름진 음식 위주의 ‘서구식’으로 먹는 것을 말한다. 위의 사망원인 질병은 대부분 혈관과 깊은 관련이 있다. 탁한 피는 우리의 혈관을 망치고(고혈압, 고혈당 등) 결과적으로 위의 질병으로 이어져 평생 약봉지를 달고 다녀야 하고, 심하면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는 상태로 몰고 간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만문제도 이러한 서구식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달고 기름진 식습관은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고 칼로리와 영양의 결핍(불균형)이다. ‘영양의 결핍’이라니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라고 반문 할 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영양소 기준으로 살펴보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라는 3대 영양소는 칼로리와 관련이 있고, 그 중에서도 지방이 칼로리가 가장 높으며, 우리는 지금 이것을 지나칠 정도로 먹고 있다.
그러나 미량 영양소라 불리는 미네랄과 비타민은 가공음식의 발달로 심각한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굽고, 튀기고, 바르고 하는 서구식 음식에는 가공과정에서 미네랄과 비타민은 상당부분 소실된다.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 준 음식에는 가공도가 높은 음식은 없고, 시간을 두고 발효시키거나 간단하게 끓이거나 아니면 날 것으로 무쳐 먹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우리 몸에 가장 알맞은 우리 음식을 놔두고, 달고 맛있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를 입에 달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미네랄과 비타민의 경우 말 그대로 미량영양소로서 하나의 식품에서 많이, 그리고 여러 가지가 들어 있으면 참으로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미네랄과 비타민의 충분한 섭취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꾸준히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구성된 우리의 밥상에는 여러 가지 양념과 재료들이 들어간다. 빵 중심의 서구식 음식의 경우는 기름과 설탕을 빼고 나면 몇몇 가지 재료가 전부이기 때문에 영양소 결핍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밥상에는 말랑말랑한 부드러운 음식 천지이다. 결국 이러한 음식은 덜 씹게 만들고, 음식물을 빨리 삼키게 된다. 음식이 입에 들어간 뒤 포만감을 느끼는 데는 약 20분이 걸린다고 한다. 결국 속식은 과식의 주범인 셈이다.
부드러운 음식 때문에 과식과 폭식을 하지만 먹는 중에는 배부른 줄 모른다(20분 안에 먹어 치우기 때문). 수입 밀가루로 만든 빵 중심의 서구식 음식은 씹을 것이 없다. 곡류와 야채 중심의 우리의 음식은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어 씹지 않고서는 쉽게 넘어 가질 않는다.
섬유소가 부족한 가공음식을 지나치게 먹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변비로 고통 받고 있고, 실제로 2003년 「한국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전체암 종류의 10.5%를 대장암이 차지하고 있고, 증가율의 경우 대장암이 1위이다.
인간의 장수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전경수 교수는 “능력에 따라 먹는 것은 달라도 똥 만큼은 굵고, 황금색이고, 빨리 나와야 장수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겐 풍부한 자연환경 속에서 태어난 밥 중심의 훌륭한 음식문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을 적게 먹고, 빵 중심의 서구식 음식을 지나치게 먹고 있다. 달고 기름진 음식이 우리를 병들게 만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먹고 살아온 방식대로 단순하고 소박한 밥상으로 바꾸어야 정정하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 희 범(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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