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영화 트로이를 보았다. 약 세 시간 런닝 타임의 영화였다. ‘트로이 목마’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있었던 전쟁영화이다. 물론 영화는 원작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사랑과 전쟁, 그리고 남성들의 정복욕이 가미된 흥미위주의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그리스의 전사 아킬레스가 등장한다. 그의 어머니는 아킬레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에 담궜을 때 손으로 붙잡고 있던 발뒤꿈치에는 강물이 묻지 않아 치명적인 급소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 중에는 당할 자가 없을 만큼 초인적인 힘과 무예를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트로이의 군대는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런 그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고 쓰러진다. 세상에 겁날 것 없고, 감히 그에게 대적할 상대가 없을 만큼 강했던 아킬레스는 결국 그의 급소였던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이 쓰러져 죽어간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단점이 있다. 그것을 개인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약점, 또는 단점을 갖고 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사람이라고해도 그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그 약점 때문에 결국 인생을 실패로 끝내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잘 보완하고 활용해서 인생을 성공적으로 장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헬렌 켈러의 이야기도 그렇다. 그가 태어날 때는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생후 1년 7개월이 되었을 때 아주 심한 열병을 앓게 되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의 인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에게 남은 것은 불행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8살이 되었을 때 앤 설리반이라는 20살의 아주 헌신적인 여교사를 만나게 되었다. 앤 설리반은 헬렌 켈러에게 계속해서 이것을 강조했다, “사람의 삶의 조건은 그 어떤 것이라도 그 사람을 결코 패배시킬 수 없다. 하나님은 너의 그 어떠한 환경도 끊을 수 없는 사랑으로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계신다. 그러니 너도 얼마든지 너의 삶의 환경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는 헬렌 켈러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계속해서 불어넣어 주었다. 그것이 불꽃이 되어서 헬렌 켈러는 자기에게 임한 시험들을 하나하나 극복하고 이겨내었다. 그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들어가는 대학에 들어갔다. 104년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래드클리프대학을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많은 책을 저술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다. 우리나라에도 1930년대 다녀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는 일생을 농아와 맹인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일에 자신을 바쳤다. 헬렌 켈러는 자기의 삶을 다 살고 난 뒤에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아, 참으로 나의 생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스의 전사 아킬레스는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발꿈치의 지극히 작은 한 부분에 약점이 있어 실패한 인생이 되었다. 반면에 헬렌 켈러는 거의 불구의 몸이었지만 그것을 활용하여 오히려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진정 삶이란 완벽한 사람만이 아름답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점과 단점을 많이 가진 사람이, 그것을 잘만 극복하고 보완한다면 더 행복하게. 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아킬레스 같은 완벽한 전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비관하며, 누군가를 공격하고 해치면서 까지 성공의 자리에 오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과연 아킬레스 같은 존재가 부족해서 오늘의 우리의 삶이 이렇게도 살벌하고 전투적이 되었을까? 오히려 이 시대는 아킬레스 같은 인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헬렌 켈러 같은 인물이 필요할 때라고 여겨진다. 한 부분 때문에 무너지는 삶이 아니라, 아픔을 안고서도 넉넉히 이겨나가는 삶이 필요할 때다. 삶의 아픔과 단점을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잘 보완하고 다듬어갈 줄 아는 인생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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