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상가에 볼 일이 있어 잠시 들렀었다. 제품 광고를 하느라 매장 안과 밖에는 현수막으로 혼란스러웠다.
매장 안에는 제품별로 코너가 있는데 그 중에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웰빙 제품 코너’라고 쓴 작은 현수막이었다. 웰빙 제품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가 보았더니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물과 공기와 관련된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웰빙 바람이 만만찮다.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간절한 열망이 대단하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현대인들의 생각이다. 건강보다 더 큰 재산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조금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 이라는 글귀가 있다. 건강을 잃으면 삶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웰빙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한다거나, 명상을 한다거나,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한다. 건강을 위해서 술과 담배를 끊는다. 보신을 위한 음식이나 약을 선호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서 질좋은 식당을 찾아가기도 한다. 외국 여행 중에도 건강에 좋은 것이 있다면 짐스럽게 구입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글쓰기가 웰빙에 좋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의 제임스 페너 베이커 교수는 ‘정서적 자기 노출과 건강’ 이란 세미나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갑작스런 실업이나 가족의 사망, 성폭행 같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은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 뿐 아니라 각종 감염질환과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 때 자신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글로 표현하면 도움이 된다.’는 학설을 주장했다.
아울러 임상실험 결과도 발표했다. ‘정신적 충격으로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 닷새 동안 매일 15~30분씩 자신의 충격을 글로 표현하게 한 결과 이들은 글을 쓰지 않은 그룹에 비해 그 후 6개월간 병원을 찾는 빈도가 반으로 줄었으며, 재취업을 3배 정도 많이 했으며, 혈액검사 결과 면역세포의 수도 훨씬 증가해 있었다.’ 글은 쓴다는 것은 자기표현이다.
자기 내면의 세계를 드러내는 고도의 행위이다. 그래서 ‘글이란 곧 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마다 글쓰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글은 누구나가 쓸 수 있는 보편적인 행위이다. 무슨 글을 어떻게 쓰느냐? 에 따라 기교적인 방법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건강을 위한 글쓰기는 방법론이 우선이 되는 글쓰기가 아니다.
흔히 일기라는 것이 그렇다. 일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일기 역시 편리위주의 글로 써도 무난하다. 자신이 보는 글이기 때문이다.
고든 스미스는 ‘분별의 기술’이란 책에서 일기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일기의 일차적인 가치는 자기 인식에 있다. 우리는 일기에 세상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중요한 변화에 대한 우리의 감정들, 좌절감, 인상, 반응 등을 기록한다.
우리는 일기에 자신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적어둔다. 그러나 일기에서 가장 귀중한 부분은 우리 삶의 전환기, 즉 여러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나 분별의 시기, 우리의 최종적인 선택 등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그렇다. 마음의 병은 육체의 병을 유발한다. 마음의 병은 자기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마음에만 담아두기 때문이다. 그것을 글로써 표현하거나 드러낼 수 있다면 분명 마음의 병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문제를 자신의 마음속에 가두어 두면 불행해진다.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자신의 삶을 글로 남겨보자. 글로 표현해 보자.
글로 표현하면 마음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건강하면 육체도 건강해진다. 생각이 집중되고, 자신의 현 위치를 발견하게 되고, 나아가서 자신의 삶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웰빙으로 가는 길은 물과 공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도 건강으로 가는 길임을 알고 자신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습관화해 보면 어떨까?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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