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심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신뢰심의 기본 전제는 정직이다. 정직이 전제되지 않은 인간관계와 사회가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어떤 면으로 볼 때 정직에 병든 사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지난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네 삶의 상황이 그런 의구심을 한껏 충동질 하고 있다.
정직을 파헤치기 위해 과거사 정리 작업이 시작되었고, 얼마나 정직한 후손인가? 를 가려보자고 큰소리치다가 불현듯이 자신의 자리에서 낙마해 버린 정치인도 있었다.
그 이유는 정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부친의 과거를 숨겼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심지어 종교인이든 정직의 잣대를 가져다 놓고 맞추어 본다면 아마도 도토리 키 재기가 아닐까 싶다.
정직을 상실해 버린 원인은 무엇일까?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정직하면 손해를 볼 수 있는 여건들이 요소에 도사리고 있다. 적당함과 타협과 부정이 오히려 세상을 편하고 쉽게 살면서 출세와 성공을 누릴 수 있는 길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력자들이 더 정직을 상실하고, 부자들이 더 많은 정직을 상실해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다음으로 정직의 상실의 원인은 공사公私의 구별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가 부자면 아들도 자연스럽게 부자가 된다.
아버지가 권력자면 아들도 자연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의 원리가 통용되는 것이 사회다.
그러다보니 부자 주변에, 권력자 주변에는 일가친척들 까지도 무엇을 누리고 살아가게 된다. 소위 말하는 <빽>을 믿고 성공과 출세의 가도를 달리는 셈이다. 그들이 서로서로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비도덕적인줄 알만한 사람은 안다. 권력자들의 주변에는 사돈의 팔촌까지도 출세하게 된다는 비아냥의 소리는 비단 스쳐 지나는 말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오늘 우리 사회의 신음소리는 정직의 상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필리핀에 있었던 막사이사이 대통령은 정직하기로 아주 유명한 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공산주의자들이 그 당시에도 굉장히 날 뛰었다고 한다.
공산주의자가 크게 날뛰는 이유는 정부가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막사이사이 대통령은 첫째 정직, 둘째 정직, 셋째 정직으로 모든 일을 정직하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로 대통령 궁에 민원 창구를 만들어서 민원 하러 온 사람을 돌려보낸 일이 없고 민원을 몸소 듣고 꼭 실천하려고 했다. 만일 자기가 없을 때에 민원을 하러 온 사람이 있으면 보좌관들이 그의 민원을 듣고 대통령에게 꼭 보고를 해야 되는데 만일 그것을 실수한 날에는 그 본인을 찾아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그 보좌관은 그날로 파면 당하곤 했다.
그런데 한 번은 그의 먼 친척 되는 사람이 정부에서 행하는 어떤 건설에 입찰을 해서 낙찰을 보았다. 나중에 그 일을 막사이사이 대통령이 알게 되자 취소시켰다. 그래서 밑에 있는 부하 직원과 먼 친척 되는 사람이 항의를 하였다. 이것은 합법적으로 했습니다. ‘이것은 대통령이란 빽을 넣은 것도 아니고 공개 입찰해서 당당하게 딴 것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사이사이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허락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네와 내가 아무리 정직해도 국민들은 이것을 정직하게 볼 수 없는 법이네. 우리가 정직한 것만으로 전부가 아니라 국민들이 우리를 정직하게 보는 자리까지가 우리 책임이네!” 그러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기업체에 행사용 경비 부담을 요청했다가 문제가 되자 <전화했다> <안했다> 로 말 바꾸기 하다가 결국 <전화했다>로 드러나 버린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관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움직여져 가고 있는가? 를 다시 한 번 실감나게 했다.
도덕이냐 비도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 기본이 흔들리고 있음이 문제이고, 앞에서는 정직을 말하면서도 뒤에서는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성공하고 출세할 수 있는 현실이 문제이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성공출세를 해야 하겠다는 이기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내일의 희망은 멀리 도망간다.
정직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절박한 심정을 모두가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재훈(포항강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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