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준비를 하는 고3 아이들은 지금 걱정과 두려움과 혼란 속에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음을 사회적인 여러 흐름으로 보아 직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른들이라는 존재들이 아이들 교육적인 뒷바라지를 매끄럽게 해 주지 못해 아직도 제대로 교통정리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무수한 말들만 많고 자기주장들만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고3아이들에게 무엇이 진정 위로가 될 것이며 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나역시 고3 학부모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원함과 상관없이 자신의 일생에 있어 가장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상황에 봉착해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잘 하는 대로,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한 아이들은 못한 대로 소위 말하는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어디 아이들뿐인가? 교사들은 어떤가? 학교의 명예와 수능 성적 향상을 위해 교사들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또한 부모들은 어떤가?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해도 못해도 걱정은 태산이 되어 있는지 오래다. 밤잠을 설치기는 이미 일상이 되어 버렸다.
어쩌다 이런 교육상황이 되었는가? 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아이들이 불쌍하고 교사들, 덩달아 부모 된 내 자신이 불쌍할 뿐이다. 공부를 하려니 속상하고, 하지 않으려니 불안하고...어쩜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저 잘난 사람들은 이런 부모들의 속성을 최대한 이용? 하면서 한껏 자신들의 위치와 수준을 자랑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것 같아 얄밉게 보일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 탓으로 돌리고 앉아있을 여유가 없다.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힘들어하고 지쳐있는 아이에게 무슨 말로 격려할 것인가? 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책을 읽다가 문득 토인비의 일화를 만나게 되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명문 윈체스터 학교의 장학시험을 치르기 전에 무척이나 긴장했던 모양이다. 첫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고 보결 명부에 첫 번째 올랐고, 이듬해에는 윈체스터 학교에서 퇴학한 학생이 없어서 입학하지 못 한터라 사실상 3년째 도전했다. 모든 게 그 시험에 달려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렸고, 시험날짜가 확정되었을 때 토인비의 중압감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그 때 이렇게 말한 아버지는 정말 현명한 아버지였다고 생각된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이상의 일은 아무도 할 수 없지. 아마 윈체스터의 장학금을 타는 건 무리일지도 몰라. 영국의 모든 예비학교에서 모인 매우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니까. 윈체스터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이 세상이 끝나는 건 절대 아니란다. 메기 아주머니가 여 사감으로 있는 북부의 학교를 알고 있지? 거기는 장학금 없이도 널 보낼 수 있고, 더구나 그 학교는 훌륭한 학교란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지 말거라.” 토인비의 아버지는 토인비의 중압감을 들어주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토인비는 윈체스타 학교에 3등으로 합격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이들 대신 시험을 치러준들 속이 편할까? 대신 밤잠을 자 준들 마음이 편할까? 이제는 별수 없이 스스로 이기고 나가게 해야 한다. 이것도 생존경쟁의 터전에서 헤치고 나가야 할 과정임을 이제는 정직하게 가르쳐야 한다. 가르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떤 욕심과 목표도 부모가 세우지 말자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배려와 안정을 도모해 주는 일이다. 수능의 결과가 인생의 결과라는 도식을 아이들이 갖지 않도록 배려하고 살펴 주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중압감에 시달리는 수능 준비생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것들 뿐이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모든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말 외에 더 이상 욕심을 내거나 과욕을 부리지 말아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힘들고 어려울 때 더 무거운 짐을 아이들 양 어깨위해 지우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지 않아야 되겠다고 결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축복을 기원한다.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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