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그 곳에 거미가 살고 있었는지 기억은 없다. 어느 날인가부터 승용차 오른쪽 후면경과 조수석 차창에 걸려있는 거미줄을 보기 시작한 기억뿐이다. 그냥 편하게 생각했었다. ‘지난밤에 거미가 거미줄을 쳤나보다’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 그 거미줄은 사라지지 않고 아침만 되면 보기 흉하게 우측 후면경 앞에 걸려있었다. 그래도 못 본 척 하고 그냥 두었다. 운전하기에 그렇게 지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그런데 집게손톱만한 이 놈은 벌써 열흘이 넘도록 나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내가 가는 곳곳을 따라다녔던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이 놈이 무엇 때문에 후면경 정면 위로 등장을 했는지….
순간, 나는 삶에로의 의지 같은 것을 느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대로의 생존의 법칙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달리는 차에 매달려 자신의 생존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모한 짓이다. 뿐만 아니다. 후면경이란 차 주인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세차를 한다거나, 빗물을 닦아 내기 위해서 손이 가는 곳이다. 주인의 손이 간다는 것은 쳐진 거미줄을 쉽게 걷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이 놈의 거미는 이런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기어이 그곳에서 열흘 이상을 버티면서 경쟁자 없는 홀로의 생존 법칙을 부지런히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이 어렵다고 삶을 포기하는 이웃들의 불행하고 아픈 소리들을 많이 듣는다. 하루 동안에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30명 이상이 된다는 말, 아이들을 버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경제 파탄 난 부모들의 이야기, 20~30대의 취업률 저조의 이야기, 중소기업들의 도산의 이야기,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사람들의 이야기, 자녀들을 학원에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 등 등 끝이 없다. 이런 이야기들의 결과는 항상 <어떻게 살아가지?>이다. 살아갈 일들이 막막하고,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없어 절망과 좌절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거미를 떠 올린다. 승용차 후면경위에 집을 지어놓고 하루살이가 걸려들기만을 숨죽여 기다리는 거미를 떠 올린다. 달리는 차 외벽에 붙어 그래도 그 무엇인가? 를 기다리는 한 마리의 거미를 통해 삶의 철학을 배운다. 아무리 위험하고 고달프고 불안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생존의 길은 열려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막막한 삶의 거리에서라도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바라보면 어는 날엔가 또 다른 삶의 여명이 떠오를 것임을 말이다.
정녕 어렵고 힘든 세월의 언덕을 넘어가야 할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불평과 불만, 그리고 원망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 유익이 없는 삶의 반응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어려울 텐데 거기에 불평과 불만, 원망과 두려움까지 입혀 놓으면 그 어느 누구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자포자기하거나 자신을 열등감 속으로 몰아넣고 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감사가 필요하다. 감사 속에는 놀라운 힘이 들어있고, 능력이 들어 있다. 감사를 해 본 사람들은 감사의 위력을 안다. 감사는 사람을 바꾸고, 환경을 바꾸고,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문화에서 출간된 뇔르C.넬슨 이 쓴 ‘감사의 힘’이라는 책에 보면 감사의 힘을 배울 수 있다. 감사는 파급효과를 일으킨다고 저자는 말한다. 환경과 사람들 향하여 감사의 마음을 보내면 환경과 사람에게서 좋은 열매가 돌아온다는 원리이다. 즉 “감사는 상황을 변화시키고 원하는 결과를 끌어들인다”라고 한다. 그래서 감사를 파급 시키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과 주변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차량 후면경에 집짓고 작은 먹이를 기다리는 한 마리의 거미에게서 삶의 기다림과 인내를 배우자. 12월이다. 아직은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절대 절망만이 아니다. 어려움의 언덕의 넘어서면 아직은 희망이라는 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어려움의 언덕을 넘어가 보자. 이런 말을 기억하자. “감사는 잡초 사이에 묻혀있는 튤립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가꾼다면 잘 자라고 번성할 것이다. 감사는 다른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긍정적인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감사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인류를 위해 세계를 정치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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