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전남 영광에서 ‘달걀을 이용해 명당을 입증’하려던 이색 실험이 있었다. 전남북에서 이름이 알려진 지관 10여명이 명당으로 알려진 영광읍 비룡산 자락에 달걀 20개를 묻었다. “명당 자리는 달걀을 묻은뒤 100일이 지나도 투명하고 본래의 상태로 보관될 것”이라는 풍수계의 속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것이었다.
그동안 地官들은 명당의 조건으로 “혈(穴)속에 흐르는 기(氣)로 인해 피와 살은 빨리 썩어 없어지나 뼈는 노르스름한 기운을 띤채 그대로 있다”는 것을 내세워왔다. 다만 사람은 뼈를 쓸수 없기때문에 개뼈나 달걀을 이용, 명당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지관들사이에서 비밀리에 전수되어 왔던 것이다.
영광 비룡산에 달걀을 묻고 4개월이 지나 꺼내보니 모두 썩었거나 곪아버려 명당실험은 실패하고 말았었다.
조선조 최고의 지관이며 울진출신인 남사고(南師古)는 부친이 죽자 명당을 찾아 묻었으나 마음에 들지않아 이장을 했다. 이장한 곳도 마음에 안들어 또 파옮겼다. 그래도 마음에 안차 옮기기를 계속했고, 10번째 이장에서 인부 한사람이 ‘남사고 조롱 노래’를 불렀다. “좋은 자리 찾아 아홉번이나 이장한 남사고야/ 비룡이 승천하는 명당은 어디두고/ 죽은 뱀이 나무에 걸린 자리를 장지로 잡았느냐” 남사고는 인부의 노랫말에 깜짝놀라 묘자리를 다시 살펴보니 흉지였다. 그는 깊이 깨닫고 그후 다시는 명당을 탐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조시대 명당과 길지를 찾아 부모를 묻어 부귀영달을 꾀하는 이기적 관습이 팽배, 묘지를 둘러싼 폐단이 헤아릴수 없었다. 남의 땅에 몰래 묻는 암장, 남의 산야를 교활하게 침탈하는 투장(偸葬), 권세를 이용해 강제로 뺏는 늑장(勒葬), 묘를 이리저리 옮기는 이장(移葬)등이 성행, 경제적 낭비와 국토훼손이 심각했고, 정다산 박제가등 실학자들은 풍수설을 비판했다.
최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부모의 묘를 ‘왕기가 서린 명당’이라는 곳에 이장해 장묘제도 개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장묘문화 개선에 앞장서야할 지도층이 오히려 매장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명당이 ‘JP대망론’을 오히려 먹칠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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