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한)나라 선제때 병길(丙吉)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식견도 출중하고 마음이 넓었으며 겸손했다. 어느날 길을 가는데 길바닥에서 사람들이 다투는 것을 보고도 무심히 지나갔다. 조금 가다 수레에 매여 숨을 헐떡이는 소를 보았다. 수행원을 시켜 왜 소가 숨가빠하는가를 물어오게 했다. 곁에 있던 수행원이 까닭을 물었다.
“백성들이 길거리서 다투는 것은 그 일을 맡아 처리할 관리가 있으니, 그런 세세한 일까지 재상이 간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날씨가 그리 덥지 않는 초봄인데도 소가 헐떡이는 것은 계절의 변화에 이상이 생길 징조가 아닌가 염려돼 관심을 갖지않을수 없다. 선정을 베풀어 음양을 고르게 하는 것도 재상의 직분이다”
병길재상의 답이었다. ‘1인지하 만인지상’인 재상에겐 천하대사에 대한 대국적인 판단력과 전체적인 조정능력이 우선돼야 한다.
한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문구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러나 1등보다 더 빛나고 오래 기억되는 2등도 더러 보게 된다. 권력세계에선 1인자를 돋보이게 한 ‘위대한 2인자’들이 후세에 기억되고 있다. 세종을 聖君이 되게 뒷받침한 황희정승, 정조를 보필해 개혁정치를 편 영의정 채제공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위대한 2인자의 대표적 인물로 마오저뚱(毛澤東)밑에서 27년간 총리를 지낸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들지 않을수 없다. 중국사람들이 ‘영원한 총리’로 부르는 주은래는 중국인들 가슴속에 ‘인민을 위해 잠도 안자고 일한 사람’ ‘늘 인민들 걱정으로 날을 보낸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 어머니처럼 사랑이 많고 친근한 사람으로 인식될만큼 주은래는 국민의 신뢰를 한몸에 받았다. 중국인은 주은래가 없었으면 지금의 중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총리실 근무 15년동안 18명의 총리를 거친 한 야당정치인이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란 책을 펴내 역대총리에 대해 품평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독총리’ ‘방탄총리’ ‘얼굴마담총리’등이 말해주듯이 총리행세를 제대로 한 총리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의 주은래’는 언제쯤 나타날까.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