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청동대불 건립에 얽힌 갈등이 원만한 해결의 길로 들어선 것은 실로 가뭄끝의 단비같은 朗報(낭보)였다. 실상사 스님들과 해인사 스님들이 함께 ‘남을 향한 비난은 결코 해결점에 도달할 수 없다’는 철리를 찾은 것이다.
당초 해인사대불 건립은 부당하다는 글을 썼던 실상사 수경스님과 주지 도법스님은 “원망을 원망으로 갚으면 원망은 해결되지 않는다. 오직 참음으로써 원망은 해결되나니 이 가르침은 영원한 진리다”란 설법을 하고 3주간의 단식정진에 들어갔다.
해인사에서도 즉각 사과문을 발표함으로써 이에 和答했다. 해인사 선원 책임자인 원융스님 명의로 된 사과문에는 “是非란 본시 그른 것만 취한다면 해결되지 않으며, 옳고 그른 것을 동시에 놓아버려야 끝이 난다” 하고, 물의를 일으킨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종도와 국민에 사죄한다고 했다.
그리고 21일부터 해안사 스님들은 실상사를 방문, 단식중인 스님들을 위로하고, 7일간 잠도 자지 않는 철야 참회정진에 들어갔다.
우리는 98년 서울 조계사에서 벌어졌던 폭력사태를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머리 깎은 중 처럼 보였으나 폭력 사기 전과가 있는 폭력배들의 패싸움이었다. 여기저기서 불길이 오르고 피 흘리며 병원차에 실려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당시 이 사건은 外信을 타고 전 세계에 알려졌었다. 우리로서는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으나 외국인들은 ‘최고의 구경거리’였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길거리시위가 ‘한국의 상징’처럼 외국에 비춰지더니 마침내 폭력중들까지 거들어 ‘한국의 名物’을 만들었다.
해인사와 실상사의 마찰은 한쪽이 ‘참음’으로써 해결됐다. “가슴에 숨어 있는 불신 분노 증오 따위의 폭력성을 뿌리뽑는 자기변화”만이 종단의 고질적 병폐를 극복할 길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한 것도 수행하는 스님 다운 생각이었다.
應無所住而生其心(응무소주이생기심). 한 생각에 집착하거나 한 부분에 얽매이지 말라는 금강경 중 가장 유명한 말.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요, 산이 물이고, 물이 산이고, 결국 모든 것이 空이요 無임을 앎이 해결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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