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선비들은 매미를 5德을 갖춘 君子之道의 상징으로 알았다. 머리모양은 선비冠 양쪽에 늘어진 끈과 같다 해서 文을 숭상하고, 맑은 이슬만 먹고사니 청빈하고,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를 알고, 집을 지어 살지 않으니 검소하고, 철에 따라 울고 오래 머물지 않으니 信義의 상징이라는 것.
그래서 왕의 翼蟬冠(익선관)에는 매미 蟬자가 들어가고, 벼슬아치들이 쓰는 관모의 두 뿔은 매미날개를 상징한다. 매미의 5德을 새겨가며 國事를 돌보라는 뜻.
불교나 도교에서는 매미가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해탈이나 神仙化의 상징으로 보았다. 수도승이 고해세상 번뇌 시름 훌훌 벗고 高僧이 되는 것과 사람이 신선으로 승화되는 것을 ‘선세’라 불렀다.
“매아미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울지만/ 山菜를 맵다하랴/ 薄酒(박주)을 쓰다 하랴/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조선조 이연신의 시조. 매미의 5덕을 배우니 신선처럼 살겠더란 이야기.
‘일리어드’, ‘오디세이’두권의 전쟁서사시를 남긴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도 “매미는 빵도 먹지 않고, 포도주도 마시지 않고, 몸속에 피도 없으며, 배설도 하지 않으니 神과 같다”고 찬미했다.
그러나 매미가 항상 찬양만 받은 것은 아니다.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이나, 형편없는 문장을 써놓고 으시대는 사람을 두고 “개구리울음소리, 매미울음소리가 귀를 어지럽힌다” 했다.
암매미는 본래 울줄을 모르고, 죽기살기로 울어젓히는 놈은 수컷인데, 그냥 심심해서 우는 것이 아니고, 암컷을 부르는 간절한 세레나데. 짝을 만날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매미 100마리가 울면 그 소음이 철판절단기 소리보다 높다.
매미소리가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것은 자동차나 공장 소음 탓이 크다. 암컷에게 제 소리를 제대로 전하려면 도시소음보다는 울음소리가 높아야 한다. 결국 인간이 매미소리를 높여놓고 매미소리 시꺼럽다고 툴툴거린다.
“제 얼굴 일글어진 것을 가지고 거울 탓하랴” 라는 러시아속담이 있다. 매미소리 시끄럽다고 살충제 뿌릴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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