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쫓던 개 지붕쳐다보기’란 속담은 “열심히 뭘 했으나 결국 공연한 일이었다’ 는 뜻이지만, 또 한편 “개는 결코 닭을 잡을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데 “개도 바닷새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독도를 잠시 머물다 간 이른바 박사급 생태계전문가란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박사님들은 독도에 와서 8시간 가량 돌아보다가 바닷가에 죽어 있는 괭이갈매기와 슴새 등을 보고는 “삽살개가 밤에 잠들어 있는 새들을 물어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새들은 목이 부러졌는데, 삽살개 말고는 이 짓을 할 범인이 없다는 ‘학설’인지 ‘악담’인지를 내놓았다.
그런데 한 15년가량 독도를 넘나들며 고기를 잡던 어부들은 “삽살개가 없던 과거에도 해안에서 죽은 갈매기가 많았다”고 했다. 수명이 다 해 안태고향에 와서 죽을 수도 있고, 돌풍에 떠밀려 절벽에 부딪혔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독도를 8시간 돌아본 박사님들 보다는 아무래도 15년간 독도를 지켜봐온 어부들의 증언이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독도에 들어와 근무하며 삽살개와 늘 함께 살아온 경비병들은 “삽살개가 갈매기를 죽였다면 경비병들이 먼저 알았을 것이다. 삽살개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만 다니고 단 한번도 괭이갈매기를 괴롭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증거불충분’ 불구하고 환경부는 경북경찰청에 공문은 보내 삽살개를 내쫓으라 했다. 경북경찰청은 매우 사려깊은 절충안을 내놓았다. 7마리 중 3마리는 울릉도로 보내고 4마리는 ‘쇠줄에 묶어’ 그냥 남겨두자 했다.
그런데 환경부는 그것도 안된다면서 “삽살개가 바닷새를 물어죽이는 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공개하겠다” 했다. 이에 독도경비대는 “그것 잘 됐다. 반드시 공개해보라”고 맞섰다. 결코 그런 비디오는 없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
인간들의 이런 논쟁도 모른 채 어미삽사리는 13일 새끼 5마리를 낳았다. 다른 종류의 개들이 없는 절해고도에서 태어난 ‘보다 순종에 가까운’ 애기들. 독도는 ‘순종삽사리’의 고향이다. 경북경찰청은 ‘바닷새의 죽음’을 엄정히 ‘수사’해서 진상을 밝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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