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르’는 ‘빈 라덴’을 보고 “장인어른!”하고 불러도 되고, “이보게, 사위!”라 불러도 된다. 또 빈 라덴은 오마르를 향해 장인어른이라 불러도 되고 사위라 불러도 된다. 서로의 딸을 상대의 아내로 주었으니 ‘장인 겸 사위’가 된 것.
빈 라덴에 관한 책은 쓴 ‘요세프 브단스키’에 의하면, 오마르는 빈 라덴의 맏딸을 아내로 맞았고, 빈 라덴은 오마르의 딸을 아내로 삼았다는 것. 빈 라덴의 아버지는 사우디에서 건설업을 하는 재벌인데, 자녀가 무려 54명이나 된다. 빈 라덴은 부인 4명에 자녀는 대략 14명에서 18명쯤 되는데, 4번째 부인이 오마르의 딸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일찍부터 ‘골수 이슬람신학도’였고, 이슬람의 순수성을 해치는 이교도들을 적으로 간주, 무장투쟁에 뛰어들었다는 점과 둘 다 이슬람세계에서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마르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사람이고, 빈 라덴은 TV앞에 서서 연설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다르다. 빈 라덴은 비록 테러조종자로 지목돼 있지만 그 인상만은 순하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부드러운 말씨를 가졌고, 남의 말을 경청하며, 태도는 차분하고,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이라 한다.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언론에 자주 나와 사람들의 분노를 희석시키는지도 모른다.
오마르는 소련과 맞붙어 싸울때 눈 하나를 잃고 ‘애꾸눈 후크선장’처럼 돼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이미지 전환’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싶어 그런지, TV카메라 앞에 선 일이 결코 없으며 사진 한장 밖으로 내돌린 일이 없다.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모든 말은 대변인이 맡아 한다.
빈 라덴도 이제 깊숙히 숨었다. 들리는 말로는, 한곳에서 이틀 이상 머물지 않고,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부하들을 골라 대역을 시키고, 잠자리에 들기 몇분전에 그날의 숙소를 정하고, 전자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화도 쓰지 않는다.
아프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두더지’를 찾는 일에 미국 국방력이 총동원된 것도 현대전의 묘한 양상이다. 오마르는 ‘장인어른 겸 사위’이며 ‘신앙의 형제’인 빈 라덴을 결코 넘겨주지 않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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