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이혼한뒤 아들과 둘이 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되자 고민이 생겼다. 혹시 학교서 어머니얼굴을 그려보게 하거나 어머니를 모셔오라고 하면 아들이 받게될 마음의 상처때문이었다. 그는 고민끝에 담임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사정을 털어논후 아이에겐 되도록이면 어머니에 관한 말을 조심해주길 부탁했다. “너무 걱정마세요. 요즘 그런 아이들이 어디 한둘인가요” 선생님의 대답이었다.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사회도 이혼이 화제거리에 끼이지도 못할 정도로 다반사가 됐다.
최근 법원행정처가 발표한 ‘200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이혼소송이 6.2% 늘었다. 지난해 하루평균 119쌍의 부부가 이혼소송을 냈으며, 재판을 거치지 않은 합의이혼까지 합치면 매일 475쌍이 이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합의이혼은 13만40건으로 10년전 5만1,115건에 비해 무려 154.4%나 늘어나 가정해체가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각 민족의 성생활을 연구하는 어느 인류학자는 한국의 부부관계는 세계서 가장 견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인주의와 프리섹스풍조의 확산으로 구미각국에서 이혼과 가정파괴가 급증할때도 한국인은 자기를 희생하며 가정을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한국의 가족제도는 가부장적 수직관계가 유지돼 가장의 권위가 확고했다.
민주투사로 알려진 어떤 한국인집에 초대되었던 어느 미국정치인이 돌아와서 “그 사람 입으로는 민주화를 부르짖고 투쟁도 많이 했지만 집에선 완전히 독재자로 군림하더군. 한국인은 원천적으로 민주주의 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어”라 했다고.
그러나 최근 이혼급증현상은 우리사회도 이제는 더이상 가부장적 사고와 여자의 굴종을 요구하는 전통적 가족문화가 용인될수 없음을 말해준다. 가정은 저절로 크는 나무가 아니다. 부부가 함께 가꿔야 싱싱해지는 나무다.
아내의 바쁜 추석일손을 남편들이 적극 나서 거들어주자.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병명이 ‘화병’인데, 일명 ‘며느리병’이라 한다. 화병에서 벗어나려는 며느리들의 몸부림을 남편들이 외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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