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유대교인들은 돼지를 추악한 동물이라 생각한다. 야비하고, 탐욕·탐식의 상징이며, 不貞한 동물이라 간음을 잘 하며, 이기적이고 화를 잘 내고 항상 울분에 차 있으며, 검은 돼지는 사탄의 상징.
돼지는 콜레라를 옮길 뿐 아니라, 멧돼지는 포도줄기를 뜯어먹고 논밭을 마구 헤집어 고구마 감자를 파먹으니, 밭작물을 주로 하는 지역에서는 저주의 대상이 됐던 것.
그리스나 로마 사람들은 돼지를 매우 좋아했다. 새끼를 한꺼번에 10마리쯤 나으니 풍요의 상징이요, 오줌을 많이 누어 퇴비를 많이 생산하니 비옥의 상징이다. 그래서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주로 돼지를 희생으로 삼았다. 특히 로마인들은 돼지를 용기, 자신감의 상징적 동물로 여겨 軍旗에 돼지그림을 그려넣었다. ‘서유기’에서 육군 戰士로 ‘猪八戒’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옛부터 돼지와 친했다. 檀君시대나 옛 부여국에서는 관청이름에 동물이름을 사용했는데, 그 중에서 猪加라는 관청은 4대관청중의 하나로 지금의 재무부 비슷하다.
돼지는 피부에 땀샘이 없어서 오줌을 많이 누므로 추한 동물같지만 사실을 깔끔하고, 기억력이 비상해서 학습효과가 개보다 낫다고 한다. 어미돼지를 새끼돼지들과 오래 한 우리속에 두지 않는데, 모성애 지극한 어미는 먹이를 새끼들에게 다 양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를 가까이하지만 생태적으로는 돼지가 사람과 가장 가깝다고 한다. 돼지의 臟器(장기)는 그 크기와 모양이 사람의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장기 이식수술을 할 때 ‘부품’을 제공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돼지라는 것이다.
돼지허파는 사람의 폐병에, 돼지등뼈의 골수는 사람의 골수에 좋고, 호흡기질환에는 돼지발톱을 태워먹고, 눈병에는 돼지간, 젖이 안나오는데는 돼지족발이 좋다. 돼지와 사람이 통하는 부분이다.
심장판막이 못쓰게 된 사람에게 돼지판막을 이식하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복제해서 온갖 돼지장기를 거부반응 없이 사람에 이식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람과 돼지는 生來的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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